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46

빨리빨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사에 서두는 편인 것 같은데 나도 그런 편에 속한다. 이곳에서 한국인이 아닌 현지인들 중에는 “빨리빨리‘라는 한국말의 뜻을 알기도 하고 그런 말을 사용하기도 하는 외국인들이 꽤 많다. 대부분 한국인들과 가까이 지내거나 한국인들과 연관된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기도 하지만 ‘빨리 빨리’라는 말이 이제 자기들의 언어에서도 사용되고 있는 하나의 ‘외래어’ 쯤으로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크던 작던 무슨 일을 하려면 좀 서두는 편이다. 매사에 부지런한 것은 아니지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한시라도 빨리 시작도 하고 끝도 맺어야 마음이 편해진다고 나 할까. 무슨 일이든 해야만 한다고 마음을 먹으면 서둘러 당장 시작을 해놓고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면 가끔 그 일을 수행하기 위한 계획이나 순서 같은 것을 소홀히 하게 되어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모든 일들을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리부터 철저히 준비를 했을 때와 사전 준비 없이 서둘러 시작을 했을 때와의 결과는 그 차이가 크다. 딴에는 계획과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은 했지만 바라던 만큼의 결과를 거두지 못할 때도 있고 때로는 대충 주먹구구식의 어림짐작만으로 일을 진행했는데도 제법 괜찮은 결과를 거둘 때도 있다. 그런걸 보면 계획과 준비를 위해 상당한 시간을 소모해가며 머리를 짜낸다고 하여 항상 좋은 결과만 나오는 것만은 아닌 가보다. 이곳에서 꽤 알려진 방송인인 척 헨리가 88 올림픽에 앞서 서울의 모습을 취재한 내용이 TV 를 통하여 방송이 된 일이 있었다. 각 올림픽 경기장들의 모습도 있었고 바삐 움직이는 서울 시민들의 모습도 소개되었다. 화면에는 시민들의 잰 발걸음들을 클로즈업 시킨 장면이 한참 동안 방영되기도 했었다. 지하도의 계단을 뛰다시피 오르내리는 모습, 인도 위의 인파 사이를 거의 뛰다시피 요리조리 빠져 다니는 모습도 있었다. 늦은 밤 시간에도 작업을 하고 있는 도로공사나 건설 현장은 물론 밤늦도록 불이 켜져 있는 생산 공장이나 사무실 빌딩을 비춰주기도 했다. 한국인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무엇이 그리 바쁜지, 무엇을 위해 저렇게 뛰고 있는지에 대한 멘트를 달기도 했었다. 이런 잰 발걸음은 한국이 빠른 기간 내에 급성장을 하게 된 바탕이 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말도 곁들이던 일이 생각난다. 몇 년 전 집을 증축한 일이 있다. 내가 사용할 사무실과 방 몇 개를 늘리기 위한 공사였다. 하루 여덟 시간, 일주일 오일 동안만 일을 하고 있는 이곳의 작업속도를 감안하면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도 쉬지 않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 시간까지 일을 하고 있는 한국에서의 공사 진행속도와는 비교를 할 수는 없었겠지만 복잡하지 않은 설계와 별로 크지도 않은 공사규모를 감안하면 한 달이나 길어야 두 달 정도면 완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나름대로의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건축회사에서 견적을 받아보고 나서 나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의 이러한 예상은 다분히 한국적인 시간상의 속도감을 바탕으로 한 계산방식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었다. 공사 진행 중 별다른 일이 없는 한 계약일로부터 빨라야 삼사 개월이고 경우에 따라 오륙 개월이 될 수 도 있다는 것이었다. 우선 증축허가를 받기 위해 설계도면을 작성하여 해당지역의 시청에 제시하면 담당부서에서 검토를 한 후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이것도 접수를 하는 대로 즉시 허가를 내주는 단순한 통과절차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건축업자와 디자인과 사용할 자재에 대한 결정이 끝나면 그 다음 단계는 기초공사이고 매 공정마다 검사를 받아야 했다. 방 몇 개 증축을 하는데 최종 준공을 하기까지는 수 차례의 검사를 받아야 했다. 기초공사에 대한 검사가 끝나고 프레임을 올린 후, 배관, 전기 배선, 지붕 등 각각의 공정이 끝날 때마다 시청의 검사요원으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했다. 검사에서 단 한 가지만이라도 규정에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으면 작업을 다시 하여 재검사를 받아야 했다. 얼핏 생각하기에 방 두어 칸 증축을 하는 것이 한국에서 수십 층짜리 대형 사무실건물을 짓는 것보다도 더 까다롭고 소요되는 기간도 오래 걸리는 것 같다는 불평이 생길 법도 하다. 미국사람들의 이런 속도로 어떻게 이백여 년 만에 세계 최대 최강의 나라로 키워나갈 수 있었는지가 의심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