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8
땅 따먹기
지천으로 돋아나고 있는 잡초를 뽑으면서 왜 갑자기 광개토대왕이나 칭기즈 칸이 떠오르고 있는 것일까. 그들은
주변 나라들을 정복해가며 국토를 넓혀간 왕들이었다. 고구려 19 대 왕이었던 광개토대왕은 요동으로부터 목단강,
연해주 일원과 북만주일원을 비롯하여 한강에서 낙동강 유역까지 정복했었다. 몽고족으로서 원(元)제국을 세운
칭기즈 칸은 그의 손자 쿠빌라이에 의해 중국이 재통일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을 뿐만 아니라 동 유럽지역에까지
위세를 떨치던 왕 중의 왕이었다. 이런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가 알라스카는 왜 생각이 나며 일본사람들이 군침을
삼키고 있는 우리나라의 독도가 떠오르기도 하는 것일까. 거기에 또 소유권이나 사용권문제로 분쟁의 요인이 되고
있는 한국의 외국 공관자리나 용산의 미군기지 같은 곳까지도 떠오르고 있으니. 아마 나라는 인간은 원래부터 항상
복잡하고 어지럽게 구성이 돼 있는 머리를 가지고 태어났는가 보다.
뒷마당 잔디밭에 끝도 없이 돋아나는 클로버와의 전쟁이 시작된 것은 이른 봄부터였다. 우리 집 마당에
세(勢)를 넓혀가고 있는 클로버는 한국에 있을 때 토끼풀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꽃 반지도 만들어 끼기도 하던 그런
종류가 아니다. 이파리 모양은 비슷하지만 꽃은 하얀색이 아니고 노란 색으로 좁쌀 알만큼 작은 꽃들이 뭉쳐있어
볼품도 없다. 생명력이 아주 강하고 질기며 억세기도 하여 주변의 잔디는 이 클로버 앞에서는 세를 꺾이고
만다. 일주일에 한번씩 방문하는 정원사에게 없애달라는 부탁은 해봤지만 헛일이다. 잔디 깎는 기계로 한번 쭉
밀고 나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며칠이 지나면 남아있는 뿌리에서 더 굵고 강한 줄기의 싹이 다시 돋아난다. 뿌리
채 뽑지 않은 채 방치를 해 둔다면 그 생명력이나 번식력으로 보아 잔디밭 전체는 이 클로버에 의해 완전히 점령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이 풀 뽑기 작전, 클로버와의 전쟁이다.
매일 한두 차례씩은 뒷마당에 나가 쭈그려 앉아 꼼지락거리는 것이 이제는 하루의 일과가 되어버렸다. 널따란
뒷마당 여기저기에 군락을 이루고 있는 클로버 군은 마치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