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9
넓혀가려는 의도는 비슷할 것 같기도 하다. 늦은 속도이지만 이런 식으로 계속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뒷마당의
클로버는 완전히 소탕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 이 전쟁은 반드시 내가 이기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푸른
잔디만 남게 될 부분의 면적이 넓어져가고 있는 걸 보면 작으나마 성취감 같은 것이 느껴져 마음이 뿌듯해진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광개토대왕과 칭기즈 칸을 비롯하여 미국의 영토 확장의 흔적들을 더듬어 보고 있는
것이다. 뒷마당에 흩어져 있는 풀 몇 포기씩을 뽑아 들고 성취감이니 뿌듯함이니 하며 흥분하고 있는 내가 감히 한
나라의 영토 확장 역사와 견주어 보려 하고 있다니 자다가도 웃을 일일 게다. 1800 년부터 급속하게 영토를
확장시켜나간 미국이라는 나라는 어떤 나라일까. 오늘의 미국이 세계 일등 국가, 일등 국민이라고 스스로 믿게
되기까지에는 그 바탕에 어떤 계획과 노력이 깔려있었을까를 생각해 본다. 백 년 이백 년 그 이후까지도 내다보는
눈들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1800 년대부터 1870 년대 사이에 프랑스, 영국, 스페인 그리고 인디언과
멕시코 등으로부터 강제로 할양을 받거나 이양을 받았고 일부는 돈을 지불하고 매입하기도 했으며 전쟁으로 강제
합병을 하기도 했다. 13 개 주로 시작된 미합중국은 지금 50 개 주의 연방국가가 되어있다. 지금 나는 불과
200 여년이 된 미국과 시간적 개념 만으로의 반만년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우리나라와의 현재 모습에서 그 차이를
견주어보려는 것일까.
미국에게 헐값에 넘겼거나 빼앗긴 나라들은 지금 마음속으로 통탄을 하고 있겠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도 없는
입장이 되고만 것이다. 미국에 흡수된 알라스카나 텍사스 또는 캘리포니아 주만을 예로 든다 해도 면적으로나
경제적 저력만으로도 한 나라의 규모에 뒤지지 않는다. 이들 각 주를 하나의 나라로 독립을 시킨다 해도 세계
10 위권 이내의 나라와 맞먹게 된다는 이야기는 허구가 아닐 것 같다. 주의 면적만 해도 한반도의 몇 배 이상 넓고
무진장한 자원이나 생산성만으로도 웬만한 나라를 앞서 나갈만하다는 말을 들으면 마음은 공연히 위축되어가는 것
같기도 하다.
지난 정권 때 외국인에게도 한국의 기업이나 부동산을 매입하여 소유할 수 있도록 개방을 했었다. 기업이나
부동산의 매도에 대하여는 외국인들이 소유권은 가지고 있더라도 한국 내에서의 영업활동에서 생긴 이익 금액은
챙겨나갈 수는 있을지언정 땅이나 건물 같은 부동산 자체는 들고나갈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것이 당국자의 말이기도
했었다. 언젠가는 우리나라 사람이 되찾을 날이 있을 것이라는 계산에서 한 말이었을까. 이런 것도 나름대로의
기발한 착상이고 단기적인 경기회복의 한 방편이 될 것이라는 생각들을 하고 있었나 보다.
이곳 교민들도 주거용이나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피와 땀으로 일군
결실들이다. 어찌 보면 또 다른 의미의 영토 확장이라 해도 될지 모르겠다. 미국의 땅이나 건물이지만 한국인이
가지고 있는 개인의 소유이기도 하니 한국 땅이나 다를 게 없다고 한다면 억지일까. 한국 정부에서도 뒤늦게나마
개인의 거주나 투자목적으로도 해외 부동산 매입을 허가한다고 하니 앞으로 한국인의 힘이 어디까지 미치게 될지
두고 볼일이다. 그런데 왜 우리나라는 이런 부분까지도 일본이나 중국보다도 수십 년씩이나 뒤진 발걸음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잡초 몇 포기씩을 뽑아가며 기껏 한다는 생각들이라는 게 고작 이처럼 어쭙잖은 비판이나 망상처럼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는 것들이다. 이런 혼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다.
해가 졌으니 이제 손을 씻고 일어나 이런
어지럼증에서 벗어나야 할 시간이 된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어지럼증이 쉽게 가셔질지 모르겠다.
그러니 오늘밤도
이런 어지러움에서 뛰쳐나올 방법을 찾지 못한 채 잠을 설치며 뒤척일 준비나 해두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