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31
편이기도 하다.
나와의 실제 나이 차이는 사 년에 불과하다.
얼굴이나 행동은 젊어 보이지만 아내가 염색을 하지
않는다면 머리 색깔은 아마도 나와 막상막하일 것이다.
십오 년 정도의 차이라면 현재의 내 나이가 몇 살이 되는가를 계산해 봤다.
합하면 내 나이가 칠십보다도 훨씬 많아야 한다.
환장을 할 노릇이다.
아내의 현재나이 에 십오 년을
히로타씨에게 “당신이 지금 이 자리에
없다면 내 입에서 자로 시작되는 욕이 나왔을 것”이라고 하니까 “당신은 이미 마음속으로 그런 욕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하여 한참을 소리 내어 웃었던 일도 있다.
주위 사람들에게 며칠 사이에 있었던 이러한 야기들을 들려줬더니 모두가 박장대소를 했다.
염색을 해보란다.
많은 사람들이
얼굴은 팽팽한데 머리 색깔 때문에 훨씬 나이가 들어 보인다며 부추기기도 했다.
한번 시도를 해 봤다.
하얗던 머리가 이제 검게 변해져 있었다.
내 모습 같지가 않았다.
못이기는 척
사람들이 “총각이라고
해도 믿겠다”며 전혀 딴사람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내가 봐도 겉모습이 이십 대라 좀 지나치고 삼십 대
중반쯤으로 봐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삼사 일도 안 돼 양 옆에서 비집고 나오는 흰색
물결을 감당할 수가 없었다.
같았다.
흰색을 감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사 오일에 한 번씩은 염색약과 씨름을 해야 할 것
내게는 이를 위해 부지런을 떨며 노력을 해야 할 시간적 정신적 여유도 없다.
귓불이며 얼굴의 이곳
저곳 그리고 손등에까지 묻은 검정물감을 지우기 위해 살갗이 빨개지도록 이태리타월로 문질러 대야 하는 고통을
감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근래에 들어 이런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보니 이제까지 살아온 세월들을 되돌아보게 된다.
날들을 허송해 온 것은 아닐까.
그 숱한
할아버지로 불려지고 있는 지금, 이 잔여의 시간들을 어떻게 맞이해 나가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된다.
『할아버지』, 할아버지로 불리우면 어떠랴.
젊어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 않고라도 이십 대나 삼십 대의
마음가짐으로 하루하루를 임하고 있는 지금의 내가 아닌가.
청춘이 아닌가.
머리 색깔만 하얄 뿐이지 생각과 마음은 새파란
정확한 잔여의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를 일이지만 칠십, 팔십, 구십이 되어도 나는 『젊은
청춘』, 『젊은 할아버지』로 남아 있게 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