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29
삼십 대 초반과 이십 대 후반의 두 아들을 두고 있는 나는 가끔 그들로부터 격세지감 같은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격세지감이라
아니다.
하여
단순히
시간과
공간,
즉
녀석들이 나보다 훨씬 어른스럽다는 이야기 이다.
차원을 달리하고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나이나
사고의
차이만을
두고
생각한다는
것은
훨씬 침착하고 논리적이며 세상을 보는 눈도 나와는
나는 나의 나이에 비해 늙었다는 생각을 해 본적은 없지만 이것은
영원한 청춘을 갈구하고 있는 안간힘 같은 생각일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욕구가 아직 남아있다는 자체만이라도
칭찬받을 일일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보는 이들의 눈에 따라 더 추하게 보여 질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그런
도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얼마 전부터 아내의 강권에 의해 걷기 운동을 시작했다.
건강을 위해서라며 적어도 하루 삼사십 분 정도는
걷는 게 좋고 아랫배의 살도 뺄 겸 하루에 한번씩 해보자는 것이다.
이런 짓을 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면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하고 있으니 말이다.
따라는 나섰지만 내가 지금 왜 이른 아침부터
걷자는데 대한 아내의 의도와는 전혀 다른 생각을
아내의 속도에 따라 덩달아 빨리 걷기도 하고 천천히 걷기도 하지만 걸으면서 뱃살을 빼기
위한다거나 건강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걷자니까 할 수 없이 따라 나섰을 뿐이지 나는 건강
따위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해보려 할 만큼 부지런한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일단 나서보니 나쁠 것은 없는 것 같다.
혼자만의 생각에 잠기기에는 안성맞춤이기도 하고.
아내와의
동행이기는 하지만 어깨를 맞대고 산책을 하듯 대화를 하면서 걷는 것이 아니고 일정한 간격을 두고 있으니 나만의
생각에 잠길 수도 있다.
좋아지는 것 같다.
살갗을 스치는 아침 공기도 상쾌하고.
걷는 목적에 대한 생각 같은 것은 하고 있지도 않지만 어쨌든 걷고 있으니 아내로부터 잔소리
듣는 것은 면할 수가 있겠다.
될지도 모르고.
셈이라고나 할까.
얼 만큼의 칼로리를 소모해서인지 밥맛도 더
아내의 말이 맞는다면 이 걷기운동을 통하여 건강유지나 뱃살을 빼는 데에도 도움이
그러니까 아내가 원하는 당초의 목적 외에도 생각지도 않았던 몇 가지의 반사이익이 추가되는
이 일이 나에게 육체나 정신건강에 얼마큼의 도움이 될는지는 모르겠고 얼마나 지속해 나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왕에 시작을 했으니 계속 해볼 생각이다.
때만이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매일 같이 하지는 못하더라도 마음이 내킬
몸도 건강해야 정신도 건강하다니 쌩쌩하고 젊은 정신을 지켜가기 위해서라도.
나에게 남아있을 시간이 이제까지 지내온 시간보다 훨씬 짧다는 걸 뻔히 알고 있는 이 시점에서 젊음을
소리치려 한다는 것은 추태일 것도 같다.
어찌 보면 무슨 안달 같기도 하지만 육신, 이를테면 생물학적인 목숨의
끈 같은 것을 늘려보고 싶다는 생각 같은 것은 해본 일이 없다.
것인가를 생각하고 있을 뿐이리라.
심정으로.
단지 그 짧은 시간을 어떻게 간수를 해 나가야 할
‘내일 지구가 멸망한다 하더라도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그런
내 나이가 일흔이 되던, 여든이 되던 나에 대한 호칭으로 �연령대+소년�으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라면 나에게 ‘꿈도 야무지다’ 고들 말하게 되지는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