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10
눈 높 이
“그게 무슨 뜻입니까”
미스터 스탁(Mr. Morris Stark)은 의아스럽다는 듯 정색을 하며 나를 바라다보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나의 이
같은 뚱딴지같은 질문에 당혹해 할만도 했을 것이다. 이게 구직을 위한 인터뷰를 받기위해 찾아간 사람이
고용주에게 대한 올바른 자세인가 싶기도 했을 것이다. 내가 이렇게 미스터 스탁을 당황시키게 된 것은 나름대로의
무슨 이유랄까 사연 같은 게 있었을 것이다.
“내가 이 회사에 채용이 된다면, 당신은 내가 이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모든 업무를 이상 없이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 라는 나의 말에 그는 고개를 번쩍 들어 올렸다. 의아해하는 기색이 역력해졌다. 인터뷰를
끝내면서 내가 시작할 수 있는 날짜를 묻고 있는 그에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을 하고 있었으니 그가 움찔할
만도 했을 것이다. 무언가 그가 납득이 갈만한 설명이 있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이날 미스터 스탁을 만나기 전까지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여러 한국인 업체에 전화를 했었다. 회사에
고용계획이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내가 연락을 한 곳은 신문이나 한인 업소록에 나와 있는 회사들로서
대개가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의 현지법인들이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미국에서 고등학교든 대학에서든 공부를 한
적이 있느냐고 물어왔다. 이곳에 온 이래 하다못해 단기코스의 랭귀지 스쿨도 다녀본 일이 없는 나로서는
“아니다”라는 말 밖에는 다른 할 말이 없었다.
“우리 회사는 미국에서 학교를 다닌 사람을 뽑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는 것이었다. 이력서를 보내보라거나
인터뷰를 해보자는 말조차도 없었다. 그러면서 “그런 일을 전화로 이야기하십니까?”라며 다소 언짢다는 투의 말을
남기고 ‘쾅’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 것이었다. 그들은 이런 문제를 전화로 문의를 한다는 자체를 건방지다고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다시 말해 직장을 구하고자 하는 피고용인으로서의 자세가 돼먹지 않았다고 여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곳에서 지내 온 삼 년 동안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편한 대로의 미국화가 돼가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처음 미국에 도착하여 짐을 푼 곳이 친지나 친척은 고사하고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세 식구가 전부인 곳에서
지내게 되었다. 그러는 사이 자신도 모르게 이곳 미국인들의 사고에 물이 들었는지도 모를 일이다. 이곳에서는
하나부터 열까지를 스스로 알아서 처리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런 환경 속에서 버텨 나가기 위해서는 가장
빠른 지름길을 찾게 되고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은 쪽을 택하게 되기 마련이다. 직장을 구하거나 비즈니스에서의
거래제의도 전화나 편지 또는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일 것이다. 채용계획이 있는지의 여부를 알기
위해 수십 마일 거리의 업소를 무턱대고 직접 찾아가본다는 것은 서로에게 필요이상의 시간과 노력의 낭비라는
실용주의 사상이 배어 있어서였을까. 서로간의 신뢰에 앞서 얼굴 대 얼굴을 맞대야만 대화가 이루어지고
비즈니스도 이어지는 그런 풍토에 익숙해진 분들에게는 나의 이 같은 행위는 시건방지게 보였을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난 이래 삼십 년이 넘게 살아온 고향을 떠나 훌쩍 건너온 미국에서의 생활. 삼 년 여 만에
인구 고작 이삼만 명에 불과한 작은 타운에서 살다가 더 큰물에서 놀아보자는 생각으로 로스앤젤레스로 와서
겪었던 일이다. 큰 도시로 나가면 보다 많고 좋은 직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무작정 상경 식으로 길을
떠났었다. 더구나 정해진 장소가
로스앤젤레스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이고
국제
교역의
관문이기도 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인과 한국계 회사들이 많이 있는 곳이어서 직장을 구하는 것은 테네시에서
보다는 훨씬 수월 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우선 한국계 업체에 연락을 해봤으나 모두가 하나같이 같은 반응일
뿐이었다. 일 주일 여 동안 이런 식으로 연락을 해봤으나 별다른 결과가 없어 한국계 업체는 포기를 하기로 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를 사면 다른 기사는 제켜두고 광고의 구인란부터 펼쳐보았다. 무역이나 수출수입이라는
부분만 나오면 붉은색 펜으로 표시를 해 두었다가 하나하나 전화연락을 해 봤다. 그런데 그들로부터는 어디에 있는
어느 학교를 다녔느냐는 질문을 받아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단지 어느 부서의 어떤 직종을 찾느냐는 것과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