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9
검다. “캘리포니아의 너무 강한 햇살 때문에 바래서 그렇다”며 웃어넘기기도 하지만 거울 앞에 서 보면
꼴불견이다. 얼굴은 아직도 팽팽한 편인데 머리 색깔은 반백보다도 더 희다. 어떤 이들은 “재벌 티가 난다”거나
“중후한 교수님 같다”고도 하지만 재벌도, 교수도 아닌 나 자신이고 보면 놀림 깜이 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 자리의 양보는 나에게는 제법 큰 충격이었다. 지내온 육십 여년의 세월을 되돌아보게도 한 이 사건으로 인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기도 했다. 머리가 하얗게 바래고 자리 양보를 받을 나이가 되도록 ‘나는 그 동안 무엇을
해오며 어떻게 살아 왔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제까지 살아온 시간보다도 앞으로 남아 있을 잔여의
시간이 훨씬 짧다는 것도 이제야 발견하게 된 것 같은 지금, 나는 무엇을 하며 어떻게 이 잔여의 시간들을 메워
나갈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허무하게 지나친 시간들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도 이제야 느끼게 되는 나 자신이
“어지간히도 답답한 사람” 이었다는 것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