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나는 배에서 내리자마자 포인트 상황부터 파악하
느라 미처 주위를 둘러보지 못했다. 뒤늦게 주위를 둘러
보니 내 자리 주변에는 널브러진 생선뼈와 밑밥 찌꺼기가
널려 있었다.
낚시를 하기 전에 대충이라도 물청소를 하는 것이 좋은
일인데, 막상 현장에 서면 이런 부분을 소홀히 할 때가 더
러 있다. 그런 나를 대신해서 원성조 프로스태프는 묵묵
히 자리를 청소하고는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날 섶섬에서 마릿수로 낚인 벵에돔 씨알.
이 대목에서 낚시를 대하는 그의 진중한 마음가짐이 느
껴졌다. ‘프로란 이런 것이다’라고.
어쨌든 낚시는 다시 시작됐다. 줄도 가져가지 않는 미적
지근한 입질, 그리고 녀석과의 신경전. 타이밍을 잡아 대
를 세우니 꾹꾹 하며 제법 손맛을 주는 듯 하다. 그러나
채비가 강하니 쉬 끌려 나온다. 연달아 몇 마리의 벵에돔
을 낚았지만 원하는 씨알은 도통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때 한동안 잠잠하던 김선구 팀장의 대가 크게 휜다.
보자마자 나는 “오~, 크다”하고 외쳤는데, 아쉽게도 독가
시치다. 벵에돔 낚시 전문꾼들에게 이런 상황은 다소 힘
이 빠진다. 물론, 산 채로 잡아가기만 한다면 독가시치도
훌륭한 횟감이 된다. 실제로 제주시에는 독가시치만 전문
으로 취급하는 횟집이 있다. 반찬 포함 한 접시에 6만 원
정도 한다.
이날 우리 팀이 사용한 엔에스 갯바위낚싯대 ‘알바트로스’와 섶섬에서의 조과.
김선구 팀장의 낚싯대가 크게 휘었다. 그러나 올라온 것은 독가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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