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숙성회 맛을 제대로 느끼고 싶다면…
활어차로 활어를 수송하는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예부
터 항에서 고기를 즉살한 후 피와 내장을 뺀 채 얼음에
채워 운송했다. 이렇듯 싱싱할 때 즉살한 횟감은 ‘선어회’
가 되고, 이것을 냉장 보관한 다음에 썰어내면 ‘숙성회’라
는 개념이 붙는다. 이 둘은 비슷한 개념이면서도 어디서
즉살했는지에 따라 그 차이가 명확하다. 일반적으로 숙
성회는 업장에서 활어를 잡은 후 숙성한다. 그러나 선어
회는 항이나 배에서 즉살한 후 얼음에 채운 상태로 운한
다. 즉, 생선이 죽고 난 이후 시작되는 사후경직에서 출발
시점이 다른 셈이다. 당연히 선어회가 죽은 시점이 빠르
고 사후경직도 빨리 온다. 그만큼 회가 물러지는 시점도
빠르다. 이 때문에 서울과 수도권, 혹은 내륙지방에서 선
어회를 공급받기 위해서는 당일 배송(혹은 특송)이라야
가능하다. 그래서 식탁 회전률이 높은 일부 선어회 전문
점 외에는 수도권에서 이런 횟집을 보기 어렵다. 주로 해
안가를 낀 도시에서 성업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한편, 숙성회는 산지에서 활어차로 운반한 활어를 업장
의 수조에 보관해 두었다가 영업 개시 수 시간 전에 회를
뜬다. 따라서 기본적으로 활어는 일정 이상의 스트레스
를 안고 있다.
그렇다면 산지에서 즉살 처리한 선어가 활어보다 스트
레스를 덜 받고 싱싱해야 하는 게 정상이다. 그런데 내륙
까지 운반하는 건 언제나 시간 싸움이므로 선어회를 잘
못 취급하면 육질이 푸석해지는 문제가 생긴다. 결정적으
로 한국은 선어회의 개념이 약하고, 그 처리 기술이 일본
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일부 어부는 피 조차 빼지 않
은 상태로 단지 얼음만 채우는 정도라서 산지가 아니면
선어회의 맛을 제대로 느끼기가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생선회는 활어회보다
이노신산이라는
감칠맛 성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숙성회가 제맛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신경 죽이기(이케시
메)’다.
이케시메는 일본에서 건너온 생선 즉살 방법이다. 우리
말로는 ‘신경 죽이기’ 정도가 어울릴 것 같다. 물고기의 가
장 큰 뼈인 척추에는 척수가 흐른다. 스테인리스 재질의
따라서 이런 횟집에서는 보통 영업 개시 3~6시간 전에
생선회를 숙성해 둔다.
얇은 철사 줄로 척수를 제거함으로써 횟감의 사후경직
속도를 지연시키는 것이다.
그런데 6시간, 어쩌면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나도 식감이
일반적으로 생선은 죽은 뒤 수분 내에 사후경직이 시
살아있는 숙성회 방법이 있다. 이번 호에 알아볼 ‘신경죽
작된다. 어종과 크기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숨통이 끊
이기(일명 이케시메, 活け締め)’가 바로 그것이다.
긴 이후 늦어도 30 ~40분 안에는 등이 굽거나 꼬리가 휜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