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28
꽃잎은 발에 밟히고 어제 해 질 녘까지만 해도 그렇게나 황홀했던 봄의 색깔 실비에 젖은 무게 스치는 솔바람 견디다 못해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는다 발에 밟혀 뭉개진 꽃잎 신음소리 한번 지르지도 못하고 견뎌야 하는 아픔 꽃잎에 서린 각고의 시간들 가느다란 봄비의 무게에도 소슬바람의 살랑거림에도 감당하지 못해 나둥근다 발길에 밟히는 아픔을 감내하며 어둠에 섞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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