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따라 박영보 시집 오늘 따라 - 박영보 시집 | Page 29

할미꽃 부모님 성묘길 모퉁이에 할미꽃이 피어 있습니다. 짧은 솜털로 감싸있는 꽃들은 꼬부랑 할머니의 센머리 같았습니다. 꽃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꽃잎 안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겉 다르고 속이 달랐습니다. 안쪽 꽃잎은 진한 자줏빛 우단처럼 화려했고 꽃술은 황금색깔을 띄우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황홀했습니다. 겉만 보고 깔보려 했던 게 부끄러워 졌습니다. 배웠습니다. 침묵 속의 어떤 함성을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겸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