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
부모님 성묘길 모퉁이에 할미꽃이 피어 있습니다. 짧은 솜털로
감싸있는
꽃들은 꼬부랑 할머니의 센머리 같았습니다. 꽃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무슨
말
못할
사연이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꽃잎
안쪽을
들여다보았습니다. 겉 다르고 속이 달랐습니다. 안쪽 꽃잎은 진한 자줏빛
우단처럼 화려했고 꽃술은 황금색깔을 띄우며 빛나고 있었습니다.
황홀했습니다. 겉만 보고 깔보려 했던 게 부끄러워 졌습니다.
배웠습니다. 침묵 속의 어떤 함성을 듣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겸손이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