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60
한국음식의 세계화
가끔 중국이나 일본 음식이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로부터 상당한 호응을 받고 있는 것에 대하여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곤 한다. 이곳 미국에서는 불란서나 이태리 또는 멕시코를 포함한 남미 쪽의 음식을 포함 베트남
이나 태국음식 또한 즐기는 층이 많은 곳이기도 하다. 한국음식도 상당한 부분을 차지해가고 있다.
각 지역별 나라별의 식사문화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인 나는 식도락이라고까지는 말 할 수는 없겠지만 골
고루 시식을 해보기도 한다. 요리에 각별한 관심과 취미를 가지고 있는 내가 하루 중 부엌에서 손에 물을 묻
히고 있는 시간은 아마 아내보다도 훨씬 많을 것이다. 이는 단순히 아내를 돕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새로운
맛, 새로운 메뉴개발을 해 보겠다는 시도이기도 하다. 내 컴퓨터 파일에는 나라별 지역별 천삼 사백여 종의
음식 레시피가 저장되어 있다.
1975년 내가 처음 미국에 도착한 곳은 인구 고작 이 삼만 명에 불과한 테네시 주의 컬럼비아라는 조그만
타운이었다.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이라고는 우리 가족 세 식구가 전부였다. 미국에서도 보수성향이 깊은
남부의 작은 이 동네 사람들 중에는 한국이 일본이나 중국의 속국이냐고 묻는 사람들도 있었다. 많은 사람들
이 나에게 “중국인이냐" 라거나 "일본인이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한마디로 “No”였고 구태여 내 입으로 한
국인이라는 것을 밝히지 않았다. 한국인이라는 것을 감추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런 사람들로부터 “아, 네가 한
국인이었구나. 한국인은 이런 사람이었구나” 하는 인식이 갈 때를 기다렸다고나 할까. 그 다음의 마지막 질문
으로 “그럼 한국인”이냐고 물어올 법도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그들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 질문이라는 것이
고작 “그럼 어데 서 왔느냐” 였으니~.
대한민국. 지구상에 한국이라는 나라도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 것일까. 그들에겐 우리나라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등도 아니요 이등도 아니고 삼등도 아닌 등외의 나라로 치부되어 있다는 것이었을까. 새삼 국
력이라는 것이 이런데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다. 자신이 한국인이라는데 대하
여 자부심이나 자존심 같은 것을 아무리 내 세운다 해도 어느 누구 하나 알아줄 것 같지도 않는데 대한 모멸
감. 자칭 세계 일등국민이라고 뻐기고 있는 이런 사람들의 틈새에서 앞으로 살아 나가자면 꽤나 많은 고초를
각오해야 할 것만 같았다.
이곳에 도착한지 한달 여가 지나고부터는 미국 동남부에 열 여섯 곳의 체인 점이 있는 고급 백화점에서 일
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 지역에서 유일의 동양인에 대한 희소가치 때문이었을까. 서로가 경쟁이나 하듯 나와
가까이 지내고 싶어하는 이웃들이 늘어났다. 온갖 편의 제공은 물론 자청하여 낮 선 이국생활에 도움이 돼 주
겠다며 길잡이 역할을 해 주는 이들도 있었다. 그 해 추수감사절 아침의 일간지에는 ‘컬럼비아에 자리잡은 한
국인 가정’이라는 내용의 기사가 신문의 일면에 커다란 사진과 함께 우리 가족이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