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59

후루룩 「후루룩」이라는 상표의 라면이 TV나 신문에 광고를 내 보내고 있다. 후루룩 후루룩 소리를 내며 입 속 으로 빨아드리며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을 보게 된다. 상품의 이름만으로도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길 법도 하다. 작은 녀석이 “우리도 저것 한번 사 먹어보자”고 하는 것을 보면 광고 효과를 톡톡히 거두고 있는 것 같다. 이 런 장면을 대하고 보니 일부 여러 사람이 함께 식사 할 때의 식탁매너가 떠오르기도 한다. 업무 차 노르웨이에 출장 갔을 때의 일이다. 방문한 회사는 텔레 컴뮤니케이선 분야에서는 유럽뿐만이 아 니라 세계적으로도 알려져 있는 회사이다. 한국의 독점 대리점 계약에 앞서 일주일간의 기술 교육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위한 방문이었다. 유럽 여러 개 국가를 포함 그린랜드에서도 온 사람도 있었고 아시아 지역에서는 한국뿐이었다. 한국측 거래처의 K사장과 엔지니어 및 개발요원이 동행한 자리였다. 교육프로그램이 끝나고 계약서에 서명한 마지막 날 저녁, 주최측에서는 모든 참가인원들을 만찬에 초대 했 다. 식사 전에 소형 크루스 선박으로 두 시간여의 유람을 겸한 낚시를 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그 후 시푸드 전문 식당으로 안내 되었다.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에 센터 피스의 꽃도 아름다운 테이블 세팅도 일품이었다. 메뉴는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았다. 개별적 별도의 주문도 받지 않고 애피타이저, 샐러드와 수프에 이 어 메인 디쉬인 생선요리가 서브 되었다. 와인까지 곁들여진 식탁은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VIP가 된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다. 우리 한국측 인원이 있는 자리에는 부사장과 인터내셔널 마케팅 디렉터 및 엔지니어링 디렉 터 등 회사의 중진들이 함께 있었다. 좌석 배치는 겉 모양새만으로도 VIP 중에서도 상석이라 해도 될 법했다. 그런데 나는 왜 유독 우리 한국측 참석자들에게 신경이 쓰이고 있는 것일까. 한국에서나 미국에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봐온 그들의 식사 매너 때문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작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엔지니 어 한 사람의 돌출 행동. 그는 아예 스푼을 손에 들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만 있었다. 양 손은 아예 두 무릎 위에 얹어놓은 채 다른 사람들의 먹는 모습만 멀뚱멀뚱 바라다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마치 무슨 시위라도 하 고 있는 것 같은 자세였다. 테이블 위에는 샐러드와 수프, 빵도 있었다. 귓속말로 물어봤더니 자기는 생선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러니 어쩌란 말이며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바로 옆자리의 마케팅 디렉터가 귓속말로 “미스터 X는 왜 식사를 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당황스러웠다. 그냥 “그는 생선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성의를 다해 대접을 하고 있는 호스트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았다. 임기응변 식으로 “생선 류에 약간의 앨러지 반응이 있기 때문”이라며 얼버무려 야 했다. 그는 놀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그런 걸 미리 알았어야 하는데 미안하다며 다른 음식을 주문하 겠느냐고 물었다. 이럴 때 “아닙니다. 여기에 수프와 샐러드도 있으며 애피타이저와 와인도 있으니 다른 사이 드 디쉬 만으로도 충분하니 염려 마십시오’라고 넘길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는 가능한지의 여부도 묻지 않고 서슴없이 “예스”라며 여느 일반 식당에서 주문을 하듯 그냥 “비프스테 이크.” 이라는 한마디 말뿐이었다. 영어구사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겠지만 한국식 표현으로 ‘무대포’ 식이었다. 시푸드 전문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익이라. 그는 당황해 하다가 재료가 있는지 직접 알아보겠다며 부엌으 로 갔다. 잠시 후 “다행히 재료가 있어 준비를 시켰지만 시간이 좀 걸린다”며 미안해 했다. 비프스테익이 나 왔을 때는 이미 다른 사람들의 식사는 끝나고 디저트 서빙이 시작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가 식사를 마칠 때 까지 기다리고 앉아 있어야 했다. 마치 한국식 테이블 매너에 대한 프레센테이션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나의 걱정과 우려는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우리가 오래 전 서양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