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58
한 길
미국땅에 발을 딛게 된 이후 나는 세 차례의 대륙횡단을 한 일이 있다. 자동차를 이용한 여정이었다. 첫
번째는 삼십 여 년 전 두 주간에 걸쳐 테네시에서 이곳 캘리포니아로 이주할 때의 길이었다. 두 번째는 큰아
이가 경영대학원을 졸업할 때 인디애나 주의 블루밍턴에 갔다 오는 길이었다. 세 번째는 업무 차 루이지애나
주의 뉴 올리언스를 다녀온 경우였는데 모두 여러 해 전의 일들이다. 그러나 세 번째는 여행 도중 일부 구간
은 항공편을 이용하기도 했으니 완전한 의미의 대륙횡단이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다.
특기할 사항이라면 이 세 번의 대륙횡단 여행은 공교롭게도 하나같이 미시시피 강을 건너야 했던 일이
다. 미시시피, 인디안 언어로 <큰 강>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는 이 강의 발원지인 로키 산맥으로부터 흘러내
리는 가장 긴 지류인 미주리 강과의 합류점과 그 이하의 본류를 합한 길이는 나일 강이나 아마존 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길다고 한다. 그 유역의 넓이는 미국 전국토의 삼분의 일에 해당하는 삼백이십사만 팔천
평방 킬로나 된다고 한다. 이 강줄기 하나가 한반도의 몇 십 배는 된다고 봐도 되겠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무덤이 있는 멤피스를 지날 때도 그랬고 다리 하나의 길이가 삼십구 킬로나 되는 뉴올
리언스의 폰처트레인 호의 다리도 미시시피를 가로지른다. 인디애나에서 서남쪽을 향해 내려오면서 건너야 했
던 강도 몇 년 전 백여 명의 사상자를 낸 미네아폴리스의 다리가 붕괴된 곳도 미시시피 줄기이다.
이런 여정은 작으나마 무슨 목적 같은 게 있어서 시작이 됐을 것이다. 목적이라면 무언가 결과라는 것도
생각하게 되겠고 이를 위해서는 계획과 과정이라는 것도 있어야 했을 것이다. 이런 몇 차례의 여행 중에서 아
직까지도 나의 가슴속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첫 번째 여행길이었던 테네시 주에서 캘리포니아로 오던
길이다. 이는 단순히 세계에서 가장 긴 강 중의 하나를 건넜다는 일, 지역마다의 특성이나 아름다운 풍광 같
은 것이나 더듬어보겠다는 것만은 아닐 것이다.
사회의 첫발을 딛게 되면서부터 무역업에 종사해오던 나는 미국에 와서도 같은 분야의 일을 할 수 있기를
원했었다. 그러나 인구 이삼만 명에 불과한 테네시의 작은 타운에는 무역의 직거래를 하는 업소는 없었고 직
장이라고 잡은 것이 직수입업체로부터의 유통 즉 물류회사 정도의 중소업체들에 불과했다. 큰물에서 놀아야겠
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물이란 업체의 규모나 시장의 규모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내 분야라 할 수 있는 무역
전문 분야를 뜻하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가장 큰 도시 중의 하나이고 국제무역의 관문이기도 하며 중심지인
로스앤젤레스를 목표로 삼아 미시시피 강을 건너게 된 동기가 되기도 했다.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나는 종종 이 두주일간의 대륙횡단 길을 나의 삶에 비유를 해보기도 한다. 광활한
평원에 깔려있는 외줄기 길을 달리면서 이제까지 달려온 길, 지금의 위치 또는 앞으로도 가야 할 길에 대한
생각이었다고나 할까. 미시시피를 건너 아칸소, 뉴멕시코, 오클라호마, 텍사스와 애리조나를 지나치는 길에는
크고 작은 강들이 있었고 산등성이도 많았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고 그러다가는 평지, 이런 상황의
연속이 되풀이 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치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길을 곱씹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의 길에
는 평탄한 길보다는 오르막과 내리막, 험한 준령이나 건너기 힘든 험한 계곡들이 더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방향도 없이 무작정 달려만 가고 있는 것 같아 감정마저 무뎌져 있는 것 같다는 생각
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