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55

제 6부 한 길 한국인들이 남기고 간 흔적 오래 전 우리 부부는 요세미티 국립공원에서 2 박 3 일 계획으로 캠핑을 했다. 우리 한국인들이 남과 이웃에 대하여 크거나 어렵지도 않은 작은 배려만으로도 이웃에 대한 누를 끼치거나 한국인에 대한 이미지를 흐리게 하는 요인을 제공하는 일은 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뒤늦게 결정한 우리의 캠핑 계획으로 인하여 캠프 사이트의 예약이 되지 않아 캠핑 객들의 입장순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자리 (First Come, First Service Site)를 찾겠다는 기대를 걸고 무작정 떠나 가까스로 한 사이트를 배당 받는 행운을 얻게 되었다. 주변에서 한국말로 대화하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어 우리 외에 또 다른 한국인 그룹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텐트를 쳐놓고 식수를 길러오기 위해 수도가 있는 쪽으로 갔다. 수도 주변 여기저기에 쌀들이 볼 상 사납게 흩어져 있었다. 이곳에서 캠핑을 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 중에는 우리처럼 쌀을 먹는 일본인이나 중국인 또는 베트남 사람들은 눈에 뜨이지 않았다. 미국인들이거나 영국, 불란서 노르웨이 등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대부분인 것으로 보아 이 쌀을 헤쳐 놓은 사람은 우리 부부가 아니라면 또 다른 한국인 그룹의 소행이 아니었겠는가. 우리가 캠핑을 가게 될 때는 통상 1 박 2 일이나 2 박 3 일 정도이고 길어야 일주일 내외로 끝나는 것이 보통이다. 이 짧은 기간 동안에도 구태여 한식만을 고집하며 먹어야만 하는지도 문제이겠지만 한식을 먹는다 해도 꼭 이렇게까지 요란을 떨어야만 하는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캠핑을 가게 될 때는 그 기간 동안에 필요한 만큼의 분량을 감안, 샐러드와 샌드위치 재료 또는 캔에 들어있는 수프나 과일 등으로 간소화 한다. 식 재료들은 아이스 체스트에 어름만 계속 채워주면 2~3 일 정도는 저장해도 변질되지 않는 종류로 준비를 하면 된다. 꼭 한식을 먹어야 할 경우라도 미리 계획을 세워 간단한 밑반찬과 쌀도 미리 씻어 플라스틱 백이나 통에 담아가지고 가서 물만 추가하여 밥을 지을 수 있도록 준비하면 된다. 일부러 캠핑 장 밖에까지 나가 패스트푸드를 사 먹지 않고도 간단하고 시간 절약도 되며 주변을 어지럽히지 않을 수도 있다. 구태여 ‘여기 한국인이 다녀갔노라’ 라는 식의 흔적을 남기지 않고도 마음껏 즐기다가 떠나 올 수도 있지 않겠는가. 물을 가져다 놓고 주변 정리를 한 후 좀 전의 흩어져있는 쌀들이 마음에 걸려 이를 치우려고 가봤더니 수십 마리의 새떼들이 잔치를 벌리며 청소를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수도 주변은 말끔히 청소가 돼 있었다. 새들이 말끔히 먹어 치운 것이었다. 캠프 사이트에 돌아오는 길목에는 "Keep Wildlife Wild" 라고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지 말 것을 알리는 싸인 판이 붙어 있었다. 요즈음에는 집 근처의 산에 몇 가정이 어울려 산행을 즐기고 있다. 엔젤레스 국립공원의 산자락에는 폭포수도 있고 계곡에는 물이 흐르며 삼림이 우거져 하이킹을 하기에 제격이다. 소문이 난 곳에는 언제이든 어디서이든 많은 한국 분들을 만나게 된다. 산에 오를 때마다 오래 전의 요세미티 캠핑 때의 일들이 떠오르곤 한다. 안면도 없는 분들이지만 만나면 반갑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의 나눔을 통해 고향을 느끼게도 된다. 그런데 한국 분들은 그런 표시를 꼭 내야 하는지 모르겠다. 트레일 도중의 계곡 한 곳에 약간 넓고 무릎의 반쯤 되는 깊이의 웅덩이처럼 피인 곳에는 맑고 시원한 물이 모아져 흐르는 곳이 있다. 잠시 멈춰 손에 물을 묻혀 이마의 땀을 훔치며 숨을 몰아 쉬기도 하며 지나치는 곳이다. 언덕배기를 내려가면서 계곡 아래를 내려다 보니 그 웅덩이 물 주변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있는 것이 보였다. 우리가 해온 것처럼 맑고 시원한 물에 손목을 담가보며 잠시 쉬고 있는 것일까 싶었다. 그러나, 아니 세상에~. 애완견들에게 목욕을 시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내에게 “저 사람들이 제발 한국 분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들려오는 말 소리는 분명 한국말이었다. 지나치다 보니 주변에는 샴푸 병들이 있었고 물에는 샴푸 거품이 둥둥 떠 있었다. 길어야 두 세시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