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50

이곳에 삼십 여 년이 넘게 살아오면서 숱하게 사람들을 초대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어떤 사람의 주택을 방문할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집의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자리에 주차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드라이브 웨이까지 들어가 주차를 할 수 있게 되면 횡재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남의 집을 방문 할 때마다 그 집의 드라이브 웨이가 텅텅 비어있어도, 또는 그 집의 주인이 드라이브 웨이에 주차를 해도 된다고 권할지라도 나는 절대로 스트릿 파킹만을 고집하고 있다. 주인집에서 언제 어떤 필요가 생길지도 모르기도 하지만 아예 처음부터 길에다 세워 두는 것이 마음이 편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방문한 집 앞 스트릿에 다른 차들이 이미 주차를 하고 있다 해도 멀어봐야 오십 피트 백 피트 정도만 더 걸을 생각만 하면 얼마든지 주차공간을 찾을 수 있다. 설령 그보다 좀 더 멀면 어떠랴. 이 백 피트면 어떻고 삼 백 피트면 어떠랴. 차에서 내려 느긋한 여유로 걷는 것도 정신적으로나 육체적 건강에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역마다의 특성이 있는 주변도 돌아보며 이것저것 생각도 하며 걷는 것도 나쁠 것 같지가 않다. 운전하며 굳어진 몸을 스트레치로 풀 수도 있는 이 발걸음을 그렇게나 아끼고 싶은지 모를 일이다. 몇 발작을 더 걸어서 큰일이라도 생기는 것일까. 몇 발작의 편의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더 큰 불편을 주고 있다는 것은 전혀 생각이 나지 않는 모양이다. 내 집을 방문한 사람이 텅텅 비어있는 스트릿을 마다하고 구태여 남의 집 드라이브 웨이를 가로막아 오도가도 못하게 되었을 때 내가 겪어야 하는 불편 같은 것은 전혀 염두에 두지도 않는가 보다. 상대방의 입장에 서보는 자세가 요망된다. 이는 단지 주차 문제 뿐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내가 편한 것을 원하고 있는 것처럼 상대방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남으로부터 피해를 받지 않기를 원하는 것처럼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조그만 배려, 이는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질서이며 예절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