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49
주차예절
자동차가 우리 생활의 이기로서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다. 이제는 인구수와 차량의 숫자를 비교하며 ‘한
가구에 몇 대’ 또는 ‘몇 명당 몇 대’라는 수치로 표시하는 통계가 나오기도 한다. 생활의 이기, 문명의
이기로서의 자동차는 우리 인류에게 많은 편의를 제공해 주기도 하지만 어려움과 불편을 주기도 한다. 개솔린
가격의 폭등, 사용하다 보면 생기게 되는 잦은 고장 등으로 재정적, 심적인 부담이 늘어나기도 하지만 자동차
소유주로서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나 주차문제, 즉 주차 예절에 관하여는 한번쯤 생각을 좀 해 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많은 인구가 밀집돼 있고 복잡한 도심에서의 한정된 주차공간으로 인한 불편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유료
주차장을 이용할 수도 있지만 시간에 따른 주차 비도 적지 않다. 미터기가 있는 스트릿 파킹도 그 시간에
따른 동전 몇 개를 지불할 생각을 하면 되겠지만 자기가 원하는 장소에 항상 자리가 비어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한인 타운에 있는 많은 상가나 식당의 주차장은 구조나 설계 자체가 고객들을 배려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다. 좁은 공간에 단 한 대라도 더 주차시키기 위해서인지 주차 공간의 폭을 최소화했고 그나마도
공간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각 운전자들의 부주의 또는 무관심으로 문을 여닫을 때 자기 차의 문으로 다른
사람의 차를 부닥뜨려 흠집을 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내 차의 양쪽 문 쪽엔 흠집투성이다. 나는 이렇게
좁은 공간에 주차를 하고 차를 오르내릴 때 내 차의 문짝이 다른 차에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몸만 간신히
빠져 나올 수 있는 최소한의 간격으로 문을 열고 조심스레 빠져 나오곤 한다. 한쪽 손으로는 문짝의 끝부분을
감싸고 다른 차에 닿더라도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기도 한다.
식당 같은 데서는 ‘발렛 파킹’이라는 이름아래 고객들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한다. 서비스 차원에서의 ‘발렛
파킹’이 아니라 몇 푼의 돈이라도 더 받아내기 위한 영업수단에 불과하다는 인상이 짙다. 예로 아무 자리에나
주차를 해도 다른 차량이 드나드는데 하등의 불편이 없고 떠날 때도 운전자 스스로 나갈 수 있는 위치에
주차를 할 수 있는 자리가 있는 경우이다. 이런 자리에 주차를 할 때에도 그들은 구태여 자동차 열쇠를
맡기도록 한다. 떠날 때 그들이 문만 열어주고 시동을 걸어주는 것이 오히려 번거롭다. 시간적으로도 다만 몇
분이라도 더 지체된다. 차량 당 몇 달러의 봉사료를 챙기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그들의
영업수단으로 치자. 내가 지적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열악한 시설이나 주차 공간의 협소나 부족 또는
서비스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소유주, 즉 운전자들의 매너에 관한 문제이다.
공공건물의 입구 쪽 길에는 주차금지 표지판이나 Curbstone 에 붉은 색으로 페인팅이 돼있어 주차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고 있어 문제 될 것은 없다. 그러나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일반 주택가에는 이러한
표지판이 없는 곳이 많다. 스트릿 파킹이 가능한 지역으로서 주차시간 규정에만 따르면 문제가 될 게 없다.
개인적으로나 무슨 모임을 위해 남의 집을 방문하는 일이 적지 않은 것이 이곳에서의 생활이기도
하다. 이럴 때 차를 가지고 가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차를 할 때 자기 자신의 조그만 편리만을 위해 남에게
끼치게 되는 커다란 불편에 대하여는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 도심을 벗어나면 대부분의 주거지역의
도로에는 충분한 주차공간이 있다. 스트릿 파킹을 할 수 있는 곳을 말한다. 물론 주차가 가능한 날짜와
시간에 대한 안내표지가 세워져 있다. 이 시간대에는 얼마든지 주차를 할 수가 있다. 그런데도 구태여 남의
집 드라이브 웨이를 가로막는가 하면 그 집의 거주자가 자기 차를 항상 세워 두어야 할 자리를 차지해 버리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미 세워져 있는 다른 차의 바로 뒤를 가로막아 오도 가도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가족 중에 누가 잠깐 밖에 나가기 위해 손님에게 “차 좀 잠깐 빼 달라”고 하여 대화 중에 나가서 차를
뺐다가는 가족의 차가 나간 다음 다시 그의 차를 같은 자리로 되돌아와 주차하는 일도 보게 된다. 그러면
잠깐 나갔던 가족이 돌아와 또다시 차를 빼야 하는 불편은 자기 자신도 느끼게 될 터인데도 막무가내다.
행여나 자기의 보배 같은 자동차가 다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되어서일까. 범죄에는 안전지대가 따로
없다고도 하지만 이 지역에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람의 손에 의해 손상을 받아본 적이 없다. 소위 말하는
안전한 지역이다. 매번 오고 가면서 잠그고 열고 하는 일 자체가 번거로워 낮 시간에 드나들 때는 아예 문을
잠그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다. 하기야 나도 LA 다운타운 인근에 나갔다가 유리창이 깨지고 스테레오를
뜯기거나 열쇠구멍을 뭉그러트리는 일, 타이어 림을 도난 당한 일도 몇 차례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이곳에서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