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41

올랐다. 몸의 방향은 가능한 한 문 쪽을 향하고 가까이에 두었다. 여차하면 뛰쳐나갈 태세를 갖추기 위해서였 다. 가끔 간호요원을 공격하기도 하는 일이 벌어지곤 하는데 이 환자의 차트에는 성격이 포악하여 대하게 될 때 특별한 주의가 요망된다는 내용도 적혀있었다. 해야 할 일들을 끝내고 돌아서려 할 때 나의 손목을 잡으며 “당신에게 보여줄 게 있다”며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이었다. 지갑에서 서너 장의 사진을 꺼냈다. 가족사진, 자기 독사진, 두 딸의 사진이었다. “이것 보세요. 당신이 보는 바와 같이 우리는 모두가 와잇(White)이이예요. 우리 어머니도 아버지도 나도 백인, 남편과 이 두 딸들도 백인이잖아요”. 브렌다 자신은 물론 사진에 나와 있는 모두가 분명한 흑인이었다. 그녀는 나로부터 무슨 확인이라도 하려는 듯 “당신이 보기에는 어떻습니까. 백인입니까. 흑인입니까.” 나는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대로를 믿겠습니다.” 건성으로 하는 말이었지만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바보 같은 것들~”이라고 했다. 누가 바보라는 것인지를 생각해 봤다. 목이 마르다 고 해서 이때다 싶어 “그럼 주스 한잔 가져다 드리죠”라며 가까스로 그 방을 벗어날 수가 있 었다. 문밖에서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동료들이 ‘굳 잡’이였다며 어깨를 툭툭 쳐주기도 했었다. 데스크에 앉 아 차트를 쓰고 있을 때 팀 동료인 미스 휴즈가 내 어깨를 툭 치며 크게 소리를 질러댔다. 큰 소리로 껄껄 웃 으며 내 하얀 유니폼의 어깨 위에 키스마크가 있다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모두들 내 주위로 모여들었다. “영, 너 여자친구가 생겼구나’라며 놀려대기도 했다. 잠시 후 점심식사 시간에 카페테리아에 가서도 이들이 떠 들어 대는 바람에 병원 전체에 소문이 나게 되었다. 다음날 복도에서 만난 그녀의 주치의인 닥터 프라이도 나 를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