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39

속해보자는 말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나의 바람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의사가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그 러나 어쩌면 내가 빠른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이런 말을 해주기를 바라고 있었을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나 혼자만의 결단으로 진저를 잠재운다는 것이 마음의 부담이 커서였을까. 아니면 나의 이 같은 비인도적이고 매 몰차며 잔인한 결정을 하는데 있어 그 죄책감 같은 것을 다른 사람에게 분담시켜 보려는 야비한 계산이 있었 을지도 모른다. 나는 며칠간의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고 말았다. 이쯤에서 보내주자고. 그러나 이러한 결정을 하고 나서도 선뜻 나서지 못한 채 몇 주를 더 보내야 했다. 고려장보다도 더 잔인하고 매몰찬 결정이라는 생각에서였을 게 다. 눈으로는 보지도 못하면서도 감각만으로 나와 가족의 존재를 인정하며 반겨주며 꼬리를 흔들고 있는 진저 의 몸에 독약을 주사해야 한다니. 가족들에게는 이런 안락사에 대한 계획을 넌지시 알렸다. 의사의 말과 나의 의견 즉 이 상태대로 아무 대책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이 진저를 사랑하거나 위하는 길이 아니라는 것을 설득 시키는데도 여러 날이 걸렸다. 일정을 잡는 것은 나 스스로 정하기로 했다. 가급적이면 가족들이 없는 날, 즉 아내는 일을 하고 아이들도 직장에 가있는 동안에 실행을 하는 것이 가족들에게 충격이나 아쉬움을 다소나마 줄일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평소에 진저는 우리 가족과 함께 밖에 나가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