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37
파묻고 졸고 있는 놈, 가장 편안한 자세를 잡으려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반복하는 놈, 움푹 팬 땅바닥에
주저앉아 날개와 몸을 비벼대며 자리 잡으려는 놈도 있었다.
날개,
이
열두
마리의
오리는 하늘을
마음대로
날아다닐
수
있는
두
개씩의
날개를
가지고
태어났다. 타조나 키위 아니면 로드러너처럼 퇴화된 날개를 가지고 있지도 않으면서도 답답하게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만 이동이 가능했던 집오리. 이 집오리들은 높고 넓은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개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우리 인간들의 목적과 필요에 따라 길들여져 기능을 잃고 날개를 접어 둔 채 울안에만 갇혀있는
채로 삶을 살아온 것이다. 그러다가 뒤늦게나마 자기의 날개를, 날개로서의 기능을 되찾아 하늘을 날아다닐
수 있는 지혜를 터득하게 된 것이다.
이들의 날갯짓은 우연히 만나게 된 몇 마리의 야생 물오리들로부터 터득한 또 다른 삶의 방식 일지도
모르겠다. 이 열두 마리의 집오리처럼 자기의 날개를 펴서 하늘을 날아 보려고 시도라도 해 보려는 또 다른
집오리도 있을까를 생각해 보며 마치 여기에 무언가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어떤 새로운 변화를 위한 시도도 없이 천편일률적으로 같은 일의 반복만을 되풀이 해 오고 있는 나 자신을
돌아다본다. 그리고 내게도 이런 이상(理想)이라는 날개가 있을까를 생각해 본다. 있다면 이 날개를 펴고
하늘을 날 수 있는, 날갯짓을 할 수 있는 기능까지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날개를 펴고 싶다.
하늘을 날고도 싶다.
더 높이 올라가 더 먼 곳까지를 바라다보며 내 눈의 높이, 넓이
그리고 그 거리까지도 더 넓혀갈 수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는 허망한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