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36
집오리와 물오리
내가 꽃과 나무들을 좋아해 온 것처럼 동물들에 대한 관심도 많았다.
토끼나 닭, 오리는 물론 다람쥐 백
쥐 기니픽을 비롯하여 여러 종류의 새들을 길러본 적이 있다. 기르고 있던 각종 새의 합해진 숫자가 천
마리가 넘을 때도 있어 아예 방 하나는 출입구를 제외하고는 바닥에서부터 천장까지 쌓아 올린 새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지금껏 잊혀 지지가 않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때의 일이다. 이른 봄 재래종 암탉이 알을
품으려 할 때 달걀 대신에 오리 알을 넣어 품게 해 준 일이 있다. 이십 일일이면 부화되는 닭에 비해
일주일이 더 지난 이십팔일 만에 열두 마리의 새끼오리가 태어났다. 넓죽하고 길쭉한 부리를 앞쪽으로 내민
채 머리를 좌우로 저으며 뒤뚱거리는 걸음 거리가 그렇게나 귀여울 수가 없었다.
동물의 새끼들에게는 귀엽고 앙증맞은 이름들이 붙여지고 있다.
송아지, 망아지, 강아지 또는 병아리가
그런 이름들이다. 그런데 귀엽기로는 이들 다른 동물의 새끼들에 비해 전혀 모자랄게 없는 이 오리
새끼에게도 무슨 적당한 이름이 있는지 모르겠다. 생각나는 것이 고작 <미운 오리새끼>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지만 이 이야기가 오리의 겉모습을 보고 붙여진 이름이 아닐 것이다. 주는 대로 가리지 않고
잘도 먹으며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잘도 자란다. 몇 주가 지나니 솜털 사이로 약간은 억세게 보이는 푸릇한
깃털이 삐쭉 삐쭉 나오기 시작을 하더니 덩치는 거의 어른의 발만큼이나 크게 자랐다. 뿐만 아니라
오리로서의 속성을 나타내기를 시작한다.
오리는 본래부터 물을 가까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놋대야에 남아있는 세숫물에 뛰어 들지를
않나 꽥꽥 질러대는 소리가 마치 변성기를 맞은 소년의 목청처럼 변해 지기도 했다. 보기에 딱해서 하루에
한번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도랑에 데리고 가서 두어 시간 물장구를 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기도 했다. 제 세상을 만난 듯 그렇게나 좋아들 하는 모습들이다.
몇 달이 더 지나니 몸집의 크기나 색깔이 완전히 성장한 오리의 모습이다. 암수 오리의 깃털 색깔이나
소리도 완전히 구분이 된다. 논가의 작은 도랑은 없는 것보다는 낳을 정도이지 더 이상 이들이 만족할 만한
놀이터가 될 수가 없는 것 같아 집에서 한참 떨어진 곳에 있는 개울로 놀이터를 옮겨야만 했다.
아침나절 기다란 대나무 막대기를 좌우로 흔들어가며 대열을 정리하며 이들의 길잡이 노릇을 해 주었더니
며칠 후부터는 대나무 가지를 흔들어 댈 필요가 없어졌다. 우리의 문을 열어 주기만 하면 저들 스스로 앞장을
서고 저녁나절 이들을 데릴러 갈 때도 물 묻은 깃털을 털며 앞장서서 집으로 향한다. 며칠 동안 이런 일을
반복하다 보니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이들을 데리고 따라 다니지 않아도 되었다. 문만 열어주면 저희들끼리
개울로 나갔다가 해가 지면 줄지어 집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따금 개들의 공격을 받는 경우도 있고 이들이 무사한지의 여부가 궁금해서 한두 번쯤 개울가의
먼발치에서 숫자를 확인해 보기도 한다. 그런데 가끔은 그 숫자가 열두 마리가 아니고 열셋, 열넷, 어떤 때는
열다섯 마리가 될 때도 있다. 야생의 물오리가 와서 집오리와 함께 어우러져 놀고 있는 것이었다. 겉모습으로
보아 어느 것이 집오리이고 어느 것이 야생인지 전혀 분간을 할 수가 없다. 확인을 해보려면 오리들에게로
가까이 다가가 보면 알 수가 있다. 인기척에 놀란 물오리들은 금방 푸드득 날아가 버리고 나면 남아 있는
오리들이 집오리이다. 자세히 보면 물오리의 몸집은 집오리에 비해 약간 작다. 집오리와 야생 물오리와의 또
다른 차이는 야생오리는 하늘을 날라서 이동을 하지만 집오리는 뒤뚱거리는 발걸음으로만 이동을 한다.
그런데 이 몇 마리의 야생 물오리로 인하여 열두 마리 집오리의 습성이 뒤바꿔 지게 될 줄이야.
하루는
아침에 문을 열어주니 열두 마리가 줄지어 몇 걸음씩 뒤뚱거리며 가다가 갑자기 앞장을 서서 걸어가던 오리
한 마리가 푸드득 날기 시작을 한다. 그러자 나머지 열한 마리도 뒤따라 날기를 시작하는 것이다. 가슴이
철렁했다. 그 동안 정성 들여 길러온 열두 마리의 오리들을 한꺼번에 잃게 되는가 싶어서였다. 혹시나 싶어
서둘러 그 개울가로 가보았다. “휴우, 너희들 미리 들 와 있었구나”. 마음이 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