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33

제 4부 표절시비 러브보트 와 러브호텔 1960 년대 초 대학시절 공부할 때 과제로 받은 프로젝트로 '지방자치에 관한 실태조사'의 자료 수집을 위해 강원 도청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춘천행 경춘선 열차를 타게 되었다. 경기도 가평쯤부터 전개되는 산수는 가히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그 경치에 반해 그 후로도 몇 차례 기차나 버스를 이용하여 그곳을 가보기도 한곳이다. 강이나 물이라면 노랫말에도 자주 오르내리는 파리의 센 강이나 독일의 라인 강이 떠오르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는 그런 곳을 가보지도 못했지만 상상으로나마 경춘가도에 펼쳐지는 한강 상류의 경치와 비교를 해보기도 했었다. 훗날 이지만 내가 직접 가본 센 이나 라인 강은 내 기억에 남아있는 1960 년대의 경춘가도를 따라 흐르는 한강 상류의 경관과 비교한다는 것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의 색깔은 맑기는 커녕 희뿌연 색, 마치 시멘트 가루를 뿌려 놓은 것 같았다. 센 이나 라인의 시작부터 끝까지를 두루 섭렵을 하지는 못하고 도심에 가까운 일부만을 봤기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경춘가도에서 느꼈던 그런 자연적인 아름다움은 아니었던 것 같다. 가장 한국적이며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고 우리의 사고와 정서에 가장 잘 어우러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갖춘 곳이라는 확신을 갖기도 했었다. 업무 차 한국 방문 시 강원도에 갈 일이 있어 경춘가도를 지나칠 기회가 있었다. 1960 년대의 경춘가도를 연상하며 들뜬 마음으로 나섰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웬일인가 싶었다. 그렇게나 조용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장소로만 여겨왔던 그때의 강변 모습들이 아니었다. 강가에는 웬 놈의 여관이며 모텔이며 호텔이나 식당들이 그리도 많은지. 비즈니스 관련 상담을 하기 위해 춘천까지 동행하며 운전을 하며 안내를 해주던 C 사장은 ‘러브호텔’에 대한 이야기를 해 주었다. ‘러브호텔’은 일년 삼백육십오일, 낮도 밤도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꿈과 낭만이 실린 ‘러브보트’ 라는 말은 들어 봤어도 사전에도 나와 있지 않은 ‘러브호텔’이라는 생소한 신조어에 흥미까지 느끼기도 하던 나는 C 사장으로부터의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이 안에서 벌어지고 있을 여러 형태의 광경들이 떠오르며 역겨움을 느끼게 되었다. 이것이 또 다른 면에서의 한국적 현실의 일면인가 싶기도 했다. 별것에 다 환장이 들어 난장판이 되어가고 있는 우리 주변의 모습들을 보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은 답답하고 한심스러워 지기만 했다. ‘러브호텔’이라는 단어 자체에서 풍기고 있는 뉘앙스가 역겹고 추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러브보트'로 불려지고 있는 크루스(Cruise)여행은 서로를 존중하며 정중한 예절과 매너로서 상류사회의 사교 모임과 같은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여행을 통해 생각도 하며 추억하며 꿈도 다듬어 볼 수 있는 그러한 환경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으로 이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