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30
또는 서로가 추구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 등의 이유를 들 수도 있겠지만 따지고 보면 이런 것들도 결
국 각자의 성격에 의해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
그런데 그 성격의 차이라는 게 도대체 무엇일까. 수억 인구의 얼굴 모습이 각각 다르듯 각자의 성격이 어
찌 똑같을 수가 있을까. 개성이라는 게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인관계에서 개성 있는 인
격을 가진 사람들을 좋아하며 개성이 없는 사람의 인기도는 그만큼 떨어진다고도 한다. 물론 여기서 이야기하
고 있는 이혼의 사유로서의 성격과 각자가 가지고 있는 개성이라는 것을 같은 의미로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
니지만 단순히 성격의 차이라는 것을 이혼사유로 삼는다는 것에 대하여는 무언가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다.
성격의 차이라는 것을 이혼의 사유로 내세우는 측의 일방적인 주장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분히 자
기본위적인 성격의 소유자일수도 있을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이 자기의 생각이나 주장에만 따라주기를 바라고
있는 성격은 아닐까. 각자의 독립된 개성을 합하여 조화를 이루어보자는 노력은 해보았는지에 대하여도 한번
쯤 생각해볼 일이다. 자기가 양보를 한다는 차원에서라기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의 차원에서 대화의 폭을
좁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서로가 자기주장만을 고집한다면 십 년이 가도 백 년이 가
도 하나로 모아질 수는 없을 것이다.
얼마 후면 그 결혼식 날 친인척 소개 일을 맡았던 딸의 결혼식이 있다. 이번에는 그녀의 오빠가 친인척 소
개를 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이번에도 그때처럼 ‘아빠의 와이프’라고 소개를 하게 될는지 궁금해진다. 이번에
는 참석자들이 그때처럼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의아해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당사자들도 지금의 현실 앞에 머뭇
거리거나 어색해 하지도 않을 것이다. 각자가 현실 앞에 충실하고 있는 모습들을 보며 이혼이라는 어휘에 내
포돼 있는 어떤 선입감에서 벗어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이혼이라는 것을 수긍을 한다거나 권장을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일단 결혼을 하면 어떠한 상황이던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함께하는 것을 운명으로 삼는다’는 데에는 무언가 생각을 해봐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
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