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23

의 회장으로 있기도 하단다. 목소리나 말하는 투, 또는 편지의 내용을 통해 수더분하면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강하게 내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옛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였다. 이 시대에 옳고 그름을 가늠할 수 있는 눈 과 말할 수 있는 입, 생각하고 있는 것을 서슴없이 글로 쓸 수 있는 양심을 가지고 있는 그가 자랑스러웠다. 편지에서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에 대한 울분의 말들을 서슴없이 쏟아놓기도 했다. 사십여 년을 훌쩍 넘긴 후에 보내온 첫 편지에 이런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하여 ‘친구이기 때문’이라는 토까지 달아놓기도 했다. 모 문학상을 받기도 했던 그의 시집 <비 맞은 새>에 애착을 느끼고 있는 그는 이 시집에 나와 있는 같은 제목의 시를 영문으로 번역해 보라는 말도 곁들였다. 미국에서 삼십여 년을 살아 왔으면 무엇이든지 생각하거 나 읽기만 하면 영어로 술술 옮겨놓을 줄로 알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영역 작업에 들어갔다. 내 실력으로 번역을 해 봤자 엉터리일 것이 뻔하고 오히려 그의 본래 시의 이미지에 손상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지만 그래도 덤벼드는 것은 역시 ‘친구’라는 이름으로 용서가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일 게다. 그의 시를 망가트리고 말 나의 번역문을 보낼 때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말고 당신 혼자만 보 라”는 나의 당부를 들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소속이 없는/이름 없는 새/갈 곳을 잃었다/도시는 온통 매캐한 안개로 지욱하고/도저히 눈을 뜰 수가 없다/나는 이제 어디로 날아가야 하나/방황하는 새/날개가 너무 무겁다/지나가는 사람들이 본체도 않는다/나는 외로운/시골 새/방향을 잘못 잡아/도시로 날아들었지만/주위는 온통 매캐한 냄새로 가득하고/우뚝우뚝 선 빌딩 이/도깨비 방망이처럼 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