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ágina 22

가을에 온 편지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하다 싶더니 뒷마당에 있는 후지(富士) 사과의 색깔이 노르끄레하게 변해가고 있 다. 주렁주렁 매달린 감의 색깔도 주황의 빛깔로 짙어져 가고 석류도 틈을 벌리기 시작하고 있다. 다람쥐들이 이제까지 멀쩡하게 살쪄가고 있던 열매들의 이곳 저곳에 이빨자국을 내고 있는 것을 보면 갈바람에 당도가 높 아지고 있는가 보다. 아직도 초록의 빛깔은 남아있지만 잎새들의 윤기가 떨어지는 걸 보면 가을의 문턱에 들 어 섰나 보다. 이럴 때 누군가가 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다못해 오랜 친구에게 연락을 하여 몇 마디씩의 말이라도 나누었으면 좋을 것 같다. 갑자기 고등학교 때의 친구 하나가 떠오른다. 유별나게 친하게 지냈던 사이도 아니었던 것 같다. 아니 그 럴만한 시간도 없었을 게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고등학교 삼 학년 때 전학을 가서 만나게 되었던 친구다. 일 년 남짓 클래스메이트로 있었지만 그와는 유별나게 가깝게 지내거나 깊은 대화 한번 나눈 적이 없던 친구이다. 졸업을 하고 각각 다른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된 이후로는 단 한번이라도 만나거나 소식조차도 들은 적이 없었 다. 내 주위에는 지금 그 친구 말고라도 다른 많은 친구들이 있고 알고 지내던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은데 헤 어진 지 사십 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그 친구가 떠오르고 있는 걸까. 왜 하필 그 친구가 떠오르는지는 나 자 신도 알 수가 없다. 그곳에서의 학교생활에서도 나에게 남겨진 추억거리로 유별나게 생각나는 것도 별로 없다. 특별히 가까이 지낸 친구도 없었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고등학교 삼 학년 때 전학을 가서 누구와 가까이 사귈만한 마 음이나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거기에다 누구 앞에 선뜻 나설 만큼 사교적이지도 못한 나의 성격은 조용하 게 뒷전에서만 맴돌다가 졸업을 하며 그곳을 떠나게 되었다. 박용삼(朴龍三). 가깝게 지내거나 이렇다 할 대화 한번 나눠보지도 않던 친구다. 그가 살던 동네이름조차도 몰랐던 사람을 이제 와서 찾아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그 친구의 모습이 떠오르 다니. 그러나 어디의 누구를 통하여 찾아볼 수 있을까 싶었다. 요즈음 만능이다 싶을 만큼 우리 생활에 밀접 하게 다가와 있는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려 해도 어디서부터 시작을 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아무리 정보 통신의 발달로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고는 하지만 이름 석 자만으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이 가능할까 싶기도 했다. 주소나 생년월일 또는 주민등록번호 같이 신분확인을 할 만한 자료도 없는 상황에서 소재 파악을 한다 는 것은 쉽지 않을 것 같았다. 마치 고기가 있을는지도 모르는 호수에 낚시를 띄우는 것처럼~. 그래도 희망을 걸 수 있었던 것은 이 친구가 문학에 관련된 일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