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20
당신이 이제까지 쏟은 정성과 희생이 어떤 결과나 대가를 바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날이
갈수록 내가 당신에게 지고 있는 빚의 무게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무거워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이런 당신에게 단 한 번도 감사의 뜻을 나타낸 적이 없었습니다. 가슴 속에는 항상 감사의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몇 마디 말만으로는 마음의 모두를 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이제까지
견뎌온 사십여 년과 우리에게 남아있는 앞으로의 시간이 얼마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고맙다’는 그 한마디
말로서 어떻게 보상이 될 수가 있겠습니까.
나는 당신의 어수룩함을 사랑합니다. 수도 없는 거짓에 속고 또 속으면서도 까르르 웃음으로 지나쳐
버리는 백치 같은 순진함을 사랑합니다. 자기 자신에겐 지독한 자린 고비이면서도 남을 위해서는 엄청난
큰손을 가지고 계십니다. 욕심이라고는 부릴 줄도 모르고 얕은꾀로 잔머리를 굴릴 줄도 모르는 꽉 막힌
답답함을 사랑합니다. 당신의 욕심이라면 자기가 원하는 만큼의 결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피와 땀을
쏟으려는 당신의 신념이겠지요.
작은 기쁨에도 감동하고 작은 슬픔에도 훌쩍거리며 작은 아픔도 함께 나누려는 당신입니다. 때로는 연하고,
때로는 진하기도 한 당신의 여린 모습을 바라다보고 있으면 엉망진창인 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언제나 수수한 차림새, 자기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없는 사람일수록 겉치레에 치중하는 거라며 초라한
겉모습을 구태여 감추려 들지도 않는 당신의 굳은 신념을 사랑합니다. 나는 이러한 당신을 사랑하지 않고는
배겨 낼 수가 없을 것만 같습니다. 행복에 넘쳐 나를 미치게 해주는 당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