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页面 19
답답한 당신에게
뒷마당의 나무 잎새들은 가을의 색깔로 물들어가고 있습니다. 이럴 때면 떠오르는 게 있습니다. 당신과의
만남에 대한 생각이지요. 환갑을 넘긴지도 한참 된 당신은 아직도 십대의 소녀와 같습니다.
당신이라는 여자. 참 별난 점도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유별나게 튀거나 처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대할
때마다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면 당신의 그 <촌티>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차림새며 언행 등 하나하나가
나에게는 연구의 대상으로 삼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습니다. 겉모습 같은 것에는 상관을 하지
않는 것 같기도 했지요. 마치 생긴 대로, 되는대로 살아나가자는 것이 생활 신조이기나 한 것처럼.
당신은 좀 뻔뻔스러운 여자 같기도 했습니다. 수줍어한다거나 어떤 상황에서도 거북스러워 하지도
않았으니 말입니다. 그렇다고 시건방지다거나 고개를 반짝 쳐들고 잘난 척하며 자신만만해 하는 그런 모습도
아니었습니다. 어떤 부류의 사람들 앞에서도 주눅이 들거나 내숭을 떨며 겸손을 떨려고 하지도 않는 여자. 할
말은 서슴없이 다 하고. 말과 행동을 예쁘고 귀엽게 해보려는 노력 같은 것은 물론 품위나 교양을 흉내
내려고 애를 쓰지도 않았습니다.
무슨 사연 같은 것을 가슴속에 묻어놓고 끙끙 앓는 성격도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보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하기도 하고 앞뒤를 가리지 않는 언행으로 실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