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8
측에서 ‘이머전시’라는 말이 나오자 엉겁결에 수화기를 탁 놔 버렸다. 이 또한 자신의 판단과 방심으로 인해
저질러진 실수였다. 수신자가 전화를 받으면 “아, 전화를 잘못 걸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라는 말만 하고 끊었
더라도 이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십여 분이 지나서였을까. 도어 벨이 울렸다. 거구의 정복 경찰관 두 명이 들어왔다. 무슨 일이 이냐고 물으
니 “당신이 응급 전화를 걸지 않았느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아, 그 전화는 나의 실수였습니다. 실은
전화번호 문의를 하기 위한 것이었는데 실수로 119를 돌렸습니다. 미안합니다.”라고 설명을 했다. 그러나 아
무 일이 없고 괜찮다고 말을 해도 그들은 각 방의 이곳 저곳, 화장실은 물론 심지어 클로셋까지 열어보며 조
사를 하는 것이었다. 안전에 대한 확인을 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가끔 집안 내부에서의 사체유기, 불법 무기류
나 마약류 등을 감추어둔 일들이 발견되는 경우가 떠오르기도 하기 때문에 일단 응급 전화가 걸려온 상태에서
는 확실한 설명이 없이 끊어졌을 경우 확인을 해야 한다며 앞으로 그런 일이 있을 때는 무조건 전화를 끊지
말고 잘못된 전화였다는 것을 분명히 밝혀줘야 한다며 웃고 나가는 그들에게 얼마나 창피하고 미안했는지 모
른다.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건성으로 지나치지 않는 그들.
나는 이곳의 공무원들을 신뢰한다. 주민의 안전을 지켜주는 그들이다. 신고를 해 주는 이웃 사랑 또한 고
맙기도 하다. 그들은 그들 자신만이 아니고 그들의 이웃에 대한 관심과 배려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이다. 나 자
신이 귀하면 다른 사람도 귀히 여길 줄 알고 존중을 받고 싶은 만큼 존중할 줄도 하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내
가 이곳을 사랑하고 떠나고 싶지 않은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웃의 신고정신, 이는 야비한 고자질이 아
니라 안정 속에 행복과 평화를 함께 즐기자는 바램이기도 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