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7

신고정신 지은 지 칠십 년이 훨씬 넘었으니 내 나이보다도 훨씬 오래된 고가(古家)에 살고 있다. 요즈음의 집들처럼 외양도 세련돼 보이지 않고 생활 공간도 짜임새 있게 설계돼 있지도 않다. 이런 집에서 삼십 년이 넘게 살아 오면서 단 한번도 이곳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적이 없다. 환경, 편의 시설, 교육 환경 등 이런 몇 가지 이유 말고도 이곳을 떠나야 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없다. 인구 오만이 조금 넘는 조그만 타운. 쾌적한 환경에 조용하고 안전하며 많은 편의시설도 있어 지내기에 불 편도 없는 곳이다. 가끔 한국 식품을 구입하거나 한국인 손님을 만나기 위해 한인 타운에 나가게 되더라도 이 십여 마일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교육환경 또한 나무랄 데가 없어 자녀를 둔 가정들이 선호하는 지역 이기도 하다. 이곳의 고등학교는 캘리포니아 전체에서도 상위 10위권에 들어있는 곳이기도 하다. 2009년도 비 즈니스 윅(Business Week) 잡지에 캘리포니아 에서 자녀 양육에 가장 좋은 지역 선정에서 미국 전국에서 1 위로 선정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런 정도의 조건들이라면 더 좋은 곳도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으려는 이 유라면 ‘이웃 사랑’. 고향의 품속 같은 포근함과 따뜻함 때문이리라. 외출 시 깜빡 잊고 현관문을 제대로 잠갔 는지 미심 적을 때 재확인을 위해 되돌아 오지 않아도 되는 곳, 드라이브 웨이에 세워둔 자동차의 문을 잠그 는 일로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곳이기도 하다. 한 마디로 스트레스 같은 것을 받지 않고도 편안한 마음으 로 살 수 있는 곳이라고나 할까. 그러나 마음을 완전히 놓고 지내다 보면 가끔 실수를 범하는 경우도 있다. 매사를 하찮게 여겨 방심으로 인해 저지르게 되는 작은 실수가 남에게는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 가에 대한 생 각도 해봐야 할 것 같다. 자기 자신만의 판단이나 결정이 다른 이들에게도 통할 것이라는 막연한 방심. 미국 생활 사십 여 년 동안 생각만 해도 아직까지 얼굴이 달아오르는 실수 담 몇 가지를 되짚어 본다. 이 집에는 나무가 많아 가을이 되면 감당을 할 수 없을 만큼 낙엽이 많이 쌓인다. 매주 한번씩 수거해가는 대형 쓰레기 통 몇 개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시에서 분리 수거 된 정원 쓰레기는 분쇄하여 퇴비를 만들어 주 민들이 재활용을 할 수 있도록 하여 무료로 나누어주고 있다. 정원쓰레기 통에 낙엽을 가득 채워도 남게 되는 분량의 낙엽들을 처리하기 위해 머리를 쓴다는 것이 그만~. 집안의 한 모퉁이에 쓰레기를 모아 태워버리자는 계산이었다. 그 재는 모아서 비료로 재활용을 할 수도 있 으니 일석 이조가 아닌가. 그 많은 양의 쓰레기를 한꺼번에 태우면 엄청난 불꽃과 연기에 이웃이 놀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태워나가기로 했다.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시간이 무슨 대수냐’라는 여유까지 잡았다. 한 수를 더 떠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를 떠올리며 가을 무드에 젖어가고 있을 때였다.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몰려온 소방차들. 근처에 불이 난 것인가 싶어 밖으로 나가 봤더니 소방차 두 대가 바로 우리 집 앞에 서있었다. 완전 무장된 소방요원들이 서둘러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아 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꼴이었다. 이웃에서 신고를 했던 것이다. 소방요원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 자 그들은 웃으며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을 반복하지 말라며 되돌아 갔다. 출동된 소방요원과 장비, 시간과 에너지 소모로 인한 시의 재정적 손실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자니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다. 이번엔 대마초 사건에 관한 이야기 이다. 집안에 나무가 많다 보니 일년에 몇 번 정도씩 겪고 있는 일이다. 매년 봄 꿀벌 가족들이 번식기가 되어 새로운 여왕벌이 탄생하게 되면 분가를 하게 된다. 우선 우리 집의 나 뭇가지에 뭉텅이로 와서 붙어 있게 된다. 여왕벌을 감싸고 있는 벌떼 뭉치의 크기는 거의 축구공만큼 크다. 일단 나무 가지에 머물며 그들이 상주할 곳을 찾는 과정인데 일차 베이스 캠프로 보면 되겠다. 그러다가 집 건물의 지붕 틈새나 마루 밑 공간의 구멍을 통해 들어가 자리를 잡기도 한다. 일단 이렇게 되면 퇴치를 하기 위해 전문가를 부르게 되면 몇 백 달러가 날아가게 된다. 이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수를 써야 한다. 사다리를 놓고 빈 박스를 들고 올라가 작대기로 뭉치 채로 박스에 털어 담아 얼른 뚜껑을 닫고 나면 일단 성공이다. 박스에 벌들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을 뚫어놓으면 임시 벌통이 되는 셈이다. 전화번호부를 통해 양봉농장 같은데 연락을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