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6

머니 추리 (Money Tree) 조그만 화분에 심겨져 있는 나무의 가지 마디마디에 매달린 파릇한 종이 잎새들. 일불, 이불, 오불, 십 불 짜리 지폐들이 대롱거리고 있었다. 더러는 이십 불짜리도 있었다. 작은 키의 나무였지만 가지는 유난히 많았 고 그만큼 매달린 돈의 숫자도 많았다. 혹시 일부러 가지가 많은 나무를 골라 심은 것은 아니었을까. 카드에 는 간단한 한마디씩의 석별을 아쉬워하는 인사말과 이름들이 적혀 있었다. 이웃 주민들이 마음을 모아 캘라한 씨 부부를 통해 전해온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지만 떠나는 길에 소다라도 사 마시고 필요한 데 쓰라”며 끌어 안고 흐느끼던 캘라한 씨 부 부. 미국에 이민 와서 개인적인 관계를 맺게 된 첫 번째 사람들이다. 고인이 된지 십 년도 훨씬 더 넘었는데 도 아직까지도 그들의 모습이 수시로 떠오르는 것은 무슨 이유에서 일까. 미국 땅에 처음 발을 디딘 곳은 인구 고작 이 삼만 명에 불과한 테네시 주의 컬럼비아라는 조그만 타운이 었다. 그곳엔 한국인은 고사하고 동양인이라고는 달랑 우리 세 식구가 전부였다. 그곳에 도착 후 근 한달 만에 찾은 직장에 자주 드나드는 현지의 일간지 기자에게서 전화가 왔다. 취재 인 터뷰를 위해 집에 찾아 오겠다는 것이었다. 현지에서 오직 하나뿐인 동양인 가족에 대한 희소가치 때문이었거 나 호기심에서였을 게다. 추수감사절 아침신문의 일면에는 큼직한 가족 사진과 함께 ‘컬럼비아에 둥지 튼 한 국인 가족’이라는 제하의 우리 가족에 관한 소개 기사가 나와 있었다. 길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당신이 땡 스기빙 모닝페이퍼에 나온 미스터 박이 아니냐’며 인사를 해오곤 했었다. 직장에서 퇴근을 하고 집에 와보면 현관문 앞에는 이곳에 이주해 온 것을 환영한다는 카드와 함께 많은 선 물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음료수 박스며, 케잌 상자, 유리컵이나 접시 세트 같은 생활용품 등도 있었다. 우편 함에는 호텔, 미장원, 식당, 세탁소, 극장 같은 데에서 환영카드와 함께 무료 선물 권을 보내오기도 했다. 이런 일들은 한 두 달 이상 계속 되었다. 카드에 이름과 전화번호가 적혀 있어 일일이 감사인사를 드리기라도 하면 주말 같은 때 찾아와 여러 가지 대화를 나누기도 하는 친구가 되었다. 캘라한씨 부부도 이때 만난 분들이다. 신문을 보고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곳에 와서 어렵거나 걱정되는 것 이 무엇이냐고 묻기도 했다. 부부가 일을 해야 하는데 한 살 반짜리 아들을 돌봐줄 곳을 찾고 있는 중이며 그 런 곳을 찾게 되더라도 교통편이 걱정되어 해결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했다. 그는 “우리가 내일 아침부터 와서 아이를 데려가서 음식도 해 먹이며 돌봐주다가 저녁때 데려다 줄 터이니 걱정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매달 지 불해야 할 금액이 얼마가 될지에 대한 걱정에 앞서 우선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생 기기도 했었다. 하나님의 이끌어 주심에 감사하는 마음일 뿐인 이었다. 한 달이 돼 갔다. 당초에 매월 지불해야 할 액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게 후회스러웠다. 처음부터 얼마냐 라는 식의 돈 이야기를 선뜻 내놓지 못한 것도 어쩌면 우리 식 정서의 차이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는 수 없이 지역의 베이비센터에 지불하는 금액을 감안하여 이분들에게는 그들보다 약간 많은 액수를 봉투 에 넣어 내밀었다. 그들 깜짝 놀라는 표정을 지으며 “이게 무엇이냐. 우리는 돈을 받기 위해 돌봐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이 아이는 천사이다. 오히려 이런 천사를 만나게 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려야 할 일이 아 니냐”며 봉투를 열어보지도 않은 채 되돌려 주는 것이었다. 단 일 불도 받지 않고 만 삼 년 동안을 돌봐 주신 분들이다. 그 동안 태어난 둘째 아이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내의 출산 때는 마치 한국인인 친정 부모님과 다를 바 없는 역할까지 해 주신 분들이다. 어디 그 뿐인가.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며 갖가지 옷가지며 장난감들을 비롯 좋아하는 음식과 음료를 사주기도 했다. 돈을 주기 는커녕 오히려 받으면서 아이들을 맡기게 된 셈이었다. 그들이 아이에게 선물로 준 락킹 체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