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엄마 이제 그만 집에 돌아가자 [박영보 수필3집] | Page 13
서울서 온 병용이
“아 저 씨 이~, 저 어”
한국서 초등학교 이학년을 다니다 왔다는 병용이가 들어서며 수선을 떤다.
“여긴 말 예요. 이곳에 있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보던 것들보다 모두가 엄청나게 큰 것 같아요.
땅덩어리도 크고 넓지만 사람들 덩치도 굉장히 크고 마음 씀씀이도 엄청 난 것 같아요. 다람쥐도 한
국의 다람쥐 보다 두세 갑절은 더 되고요. 할로윈 때 재크 랜턴을 만드는 어떤 호박덩이는요, 지게
로 질 수도 없을 만큼 크고 무겁대요.”
녀석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모두가 신기한가 보다. 하기야 내가 처음 미국에 왔을 때도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 우선 땅덩어리만 해도 그렇다. 캘리포니아 한 개 주의 면적이 남북한을 합한 전체
면적보다도 넓지 않은가. 웬만한 나라보다도 큰 주가 많은 곳이기도 하다. 오십 개의 크고 작은 주
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비교를 해볼 수도 없는 일이었을 테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부의 로스앤
젤레스에서 동부의 뉴욕까지 직행 비행기편으로 걸리는 시간이 다섯 시간이나 된다. 서울에서 부산
이나 제주까지는 말 할 것도 없고 동경까지도 두어 시간여 밖에 걸리지 않으니.
녀석이 말하는 이곳의 다람쥐는 한국에서 말하는 등에 다섯 개의 줄이 그려져 있는 그런 다람쥐
즉 췹멍크(Chipmunk)와는 다른 종류인 것 같다. 이곳의 췹 멍크 또한 한국의 줄 다람쥐 보다는 작
고 꼬리도 짧으니 똑같은 종류라고는 볼 수 없겠다. 이곳의 다람쥐는 얼핏 한국에서 청설모로 불리
는 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자세히 보면 모양이나 몸집의 크기도 다르다. 미국의 동부에서는 식용으
로 사냥을 하여 프라이드 치킨처럼 먹기도 한다. 녀석이 이 다람쥐라는 이름 하나만으로 그 크기만
을 비교를 한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말이에요 한가지 이상한 것은요. 예배당 말이에요. 다른 것은 다 큰데 이곳의 예배당은
왜 우리 나라의 도시에 있는 교회들보다도 훨씬 작은지 모르겠어요. 사람들도 많지가 않대요. 몇 백
명밖에 안 되는 교회도 있고 몇 십 명도 될까 말까 한데도 있대요. 우리가 서울에서 다니던 교회에
는요 몇만 명이 넘었걸랑요.”
“그런데 또 한가지 이상한 것은요. 이곳에 있는 예배당의 안과 밖 말이에요. 너무너무 따뜻한 것
같아요. 눈길도 따뜻하고 손길도 따뜻하고 마음도 따뜻한 가봐요. 모두가 한 형제래요. 모두가 한 자
매래요. 한국에서도 그런 말들은 많이 하고 있지만 몇 년째를 다니면서도 서로 얼굴이나 이름도 모
르면서 지내고 있걸랑요. 그런데도 여기에서는 큰 것을 자랑하지도 않는 대요. 작은 것을 부끄러워
하지도 않는 대요. 그러면서도 모두가 기쁘고 행복하대요. 정말로 여기는 다른 게 너무너무 많은 것
같아요.”
“여기에도 커다란 예배당 건물을 가지고 수 천명의 신도가 있는 큰 교회도 있기는 하대요. 그렇
지만 무조건 크기만 하다고 해서 좋기만 한 건 아닌가 봐요. 커지거나 신도수가 많아지면 깨지는 수
가 많다 나요. 갈라지는 경우가 많대요.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그렇게나 큰 땅덩어리에 그렇게나 많
은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는 미국이라는 나라 전체는 똘똘 뭉쳐있는 것 같은데 말이에요”
아직도 할말이 많은가 보다. 입을 다물지 않고 계속 지껄여댄다.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