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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 / Desert
양고기가 아닌 저녁을 기대해 모래사막으로 가던 길 중간 마을에서 우리는 양고기 쌀국수와 양고기 볶음면을 먹었다. 4일째 하루 두 끼 양고기다. 한겨울에 양털 파카만 입어도 분명 배가 부를 거 같았다. 나는 마트에서 저녁거리로 양고기 냉장고를 기웃거리던 구니에게 조심스레 부탁했다.“ 저녁엔 양고기 말고 다른 거 해 주면 안 될까?”“ 그래? 미역국 어때?”“ 야, 사막에 미역이 어딨어( 웃음)”“ 이거 있는데?” 놀랍게도 몽골 사막 마트에서‘ 완도산 100 %’ 라고 쓰인 건미역을 발견했다. 이 정도면 사막 어딘가에 토속촌 분점이 있어도 이상할 게 없는데.“ 아니면, 닭볶음탕 해 줄까?” 몽골에서 닭볶음탕이라니 하긴 여기 완도 미역도 있는데. 오늘 묵을 게르는 모래사막 근처라 강렬한 모래바람이 귀싸대기를 휘갈겼다. 짐을 내리고 있자니 난감해하는 구니.“ 여기 화장실이 모래폭풍에 날아갔대!” 구라도 정도가 있지. 나는 오함마를 꺼내 들고 구니의 손모가지를 응시하며 나섰다. 의심은 이내 절망이 됐다. 똥파리 몇과 쓰러진 철판만이 한때는 그곳이 화장실이었음을 말할 뿐이었다. 우리는 그 날 우산을 가림막으로 쓰고 각자 알아서 일을 보기로 했다.
닭도리탕을
우리 엄마보다 잘한다. 이정도면 발급해도 될 듯.
한국인만 없지 한국 식재료는 다
있는 사막 마트
강렬한 모래바람에 변을 당한 사막의 변소.
얕보다간 큰코고 작은코고 안 가리고 후려갈기는 모래사막.
왼쪽으로 휘었구나. 나도 왼쪽으로 휘었는데.
죽음의 늪 모래사막 초입까지는 낙타를 타고 간다. 낙타는 지랄 맞은 말과는 다르다. 사람이 쉽게 탈 수 있도록 몸을 낮춰 앉아주다니, 강남 한복판에서 모범택시를 잡은 기분으로 쌍봉 사이에 올라탔다. 하지만 내가 탄 녀석의 쌍봉은 남들이 탄 낙타와 달리 봉이 왼쪽으로 심히 휘어 있었다. 가끔 그런 봉을 갖고 태어나는 녀석이 있다고. 위로 우뚝 솟은 명기를 타고 난 친구들이 얼마나 부러울까. 나는 그에게 문득 슬픈 동료애를 느꼈다. 낡은 하모니카와 기타 대신 좌측으로 휜 녀석의 봉을 보듬으며, 나는 민경훈이 되어 사막을 걸었다. 초반 입구까지는 아주 무난하다. 여기까지는 정말‘ 달린다’ 는 표현을 써도 좋을 정도로 빠르게 스퍼트를 올렸다. 다만 점차 경사가 심해지는 중반부터는 밟은 모래가 무너지며 속도가 줄어든다. 발은 바쁘게 움직이는데 오르지 못하니 개미지옥이 따로 없었다. 김종국처럼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자니, 평소 트래킹을
즐겨한다는 S가 물 위를 걷는 예수님처럼 가볍게 모래를 밟으며 멀리 앞서갔다. 그 모습에 자극받은 나는 폐를 뱉어낼 듯한 표정으로 라마즈 호흡법까지 구사하며 열심히 사구를 올랐다. 약 20미터 남짓 남았을 땐 도저히 두 발로 오를 수 없었다. 나는 시방( 목숨이) 위험한 짐승이다. 4WD로 엉금엉금 기어가듯 꼭대기에 다다르자 눈앞에 광활한 사막이 펼쳐졌다. 며칠 전까지 광장시장 앞에서 버스를 기다리던 내 눈앞에 대자연이 만들어 낸 위대한 광장이 펼쳐져 있었다. 비로소 사막에 온 것을 실감하며 한동안 모래사막에 걸터앉아 고비사막을 눈에 담았다.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게르로 돌아와 쉬고 있자니 구니가 정말로 닭도리탕을 내 왔다. 의심의 눈초리를 던지며 국물을 한 입 떠먹자 종각역 맛집 골목 네온사인의 현란한 불빛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한국 7년 짬밥이 만들어낸 현지의 맛이 이런 것일까. 우리는 그 날 처음으로 구니가 해 준 음식을 바닥까지 긁어먹었다.
1 3 2 maxim July 2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