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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군단을 이끌고 오는 게르 주인. 개무서워...
싸이월드 감성으로 마무리한 여행. 내년에 또 봐.
오르콘에서 말을 타고“ 고생하러 사막에 왜 가?” 라고 물으면 사람들은 제각각 생각해 둔 버킷리스트를 말한다. 누군가는 낙타를 타 보고 싶어서, 누군가는 웅장한 모래사막을 걷고 싶어서라고. 그중에서도 많은 사람이 동의하는 사막의 하이라이트는“ 쏟아지는 별 보기” 다. 내가 그랬고, 마지막 날의 이야기는 그 별 아래에서 써 둔 일기다. 마지막 이틀은 고비사막 서북쪽에 위치한‘ 오르콘 국립공원’ 에서 보내기로 했다. 오르콘 일대는 화산 폭발로 형성된 지형이라 곳곳에 현무암이 즐비해 있다. 달리다 넘어지면 이마빡에 공기구멍이 생길 정도다. 이곳을 넘어가면 지형이 바뀐다. 마지막 게르가 있는 곳은 사막이라기보다 초원에 가까웠다. 목적지인 오르콘 폭포까지는 십 수 킬로미터. 마라톤을 해도 한참을 가야 하는데 거기까지 어떻게 가느냐고 묻자 구니가 앤트맨 손톱만하게 보이는 먼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주인이 말 데려오려고 준비하고 있잖아”. 하! 몽골인은 눈이 좋다고 아는 순진한 한국인을 놀리는 건가? 쌍안경을 들고 확인하자 정말 개미만 한 사람과 말이 보였다. 확신하건대 몽골인은 천리안을
가졌거나 카카로트의 후예인 게 틀림없다.
30분쯤 지났을까, 멀리서 게르 주인이 말 떼를 끌고 등장했다. 욜링암에서의 공포가 떠올라 오금이 저리고 손이 떨려왔다. 멀리서 다가오는 집주인의 모습이 마치 디아블로의 군대를 이끄는 메피스토처럼 느껴졌다. 말에 올라타 안장을 양손으로 붙잡고
모쿠진처럼 몸에 긴장을 팍 주고 있자니 구니가 불안해 보인다며 옆에서 강의를 시작했다. 한 손으로는 줄을 느슨하게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반대쪽 허벅지를 눌러 균형을 잡으란다.“ 혹시 말 타다 다친 사람도 있어?” 내가 묻자,“ 예전에 어떤 한국인이 혼자 나대다가 떨어져 죽었대” 나는 허벅지를 누르고 있던 손을 다시 안장으로 옮겼다. 구니는 웃으며 주머니에 있던 에쎄 라이트를 입에 물고 말빵을 시작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처럼 간지가 폭발했고, 속도를 내자 말아일체가 되어 한 마리 켄타우로스처럼 달려갔다. 말에 익숙해지자 하늘을 올려다볼 여유가 생겼다. 달리는 말 위에서 붉게 물든 몽골의 석양을 올려다봤다. 이런 여유조차 없었던 한국에서의 삶. 나는 지금 문명의 이기를 벗어나 대자연과 하나가 되었구나. 아, 근데 < 하트시그널 > 보고 싶다.
밤하늘의 별을 보다 그 날은 마치 우리의 마지막 여정을 평화로이 감싸주듯 바람 한 점 없는 따뜻한 밤이 찾아왔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가장 빛나는 남극성이 보였다. 이윽고 게르의 불빛에서 벗어난 눈이 어둠에 익숙해질 때 쯤, 거대한 은하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으로 충분하다. 스마트폰 카메라로는 실제로 보는 밤하늘의 10분의 1도 담을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웠지만, 우리는 머리 위로 쏟아질 것 같은 별을 눈에 가득 담았다. 아쉬움을 달래며 우리는 내년 7월, 몽골의 초원 홉스굴 투어를 기약했다. 구니도 함께 가자. 지금은 비록 홍대 카페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지만, 열흘간 나를 휘감았던 푸른 하늘과 무수히 빛나던 별, 그리고 진한 흙냄새를 선명히 기억한다. 언젠가 다시 찾아갈 몽골의 대자연을 꿈꾸며 이제 노트북을 덮으려 한다. 내년 이맘때 초원 여행기로 다시 찾아오겠다. 그 때 쯤이면 원고료도 오를 거 같으니 더 생생한 글을 쓸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 미리 감사합니다. 편집장님.
PHOTOGRAPH 오준섭 layout 전수진
몽골 여행사를 선정하는 방법
여행을 떠나려면 좋은 길잡이가 필요한 법.
생각보다 한국인을 위한 현지 여행사가 많다. 국내 최대의 몽골 커뮤니티인 카페 < 러브몽골 > 을 참고하자. 보통 게스트하우스에서 투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에디터 일행이 이용한 카멜트랙( camel-track. com) 역시 그 중 하나. 숙소와 서비스보다 중요한 건 가이드와 기사, 관광객의 궁합이다. 우리는 가이드 구니와 아주 잘 맞았고 아직도 단톡방을 파서 꾸준히 연락 중이다. 어차피 복불복이니 운명에 맡기시든가.
July 2018 maxim 1 3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