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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일간 우리의 발이 되어 준 푸르공. 근데 색은 안 푸르공
시트에 무려 백수의 왕이 깔려 있다. 내 꿈도 백수의 왕인데.
좌 27 세 귀요미 우리 가이드 구니 우 야생의 드라이버 푸제
양놀자에서 나왔습니다. 도망가지 마 이 Sheep 새끼들아.
가이드와 드라이버 우리 팀에는 가이드 빌 군( a. k. a 구니) 과 드라이버 푸제가 함께했다. 후덕한 체격에 귀엽게 보려고 열심히 노력하면 귀여워 보이는 빌 군은 7년간 한국 유학 생활을 한 27세의 몽골 청년이었다. 한국어 실력이 못해도 로버트 할리쯤은 되지 않을까. 첫날 푸르공에서 도끼 노래가 흘러나오기에 한국인을 위한 배려인가 했는데“ 일리네어는 빈지노 빼고 다 좋아해. 엠씨몽은 나쁜 사람. 이빨 빼고 군대 안 갔잖아!” 라는 그의 얘기를 듣고 참된 한국 힙합 러버임을 알게 됐다. 푸제는 임달화와 주윤발을 섞어 놓은 것 같다. 무뚝뚝하지만 장난기가 많은 아재로 나보다 한 살 많은데 결혼도 했고 아들도 있으며 푸르공도 두 대나 가졌다. 그의 프로필을 듣고 있자니 지갑 속에 든 내 버스카드가 초라하게 느껴졌다.
스산하지만 신비로운 오프로드 푸르공은 울란바토르를 벗어나 길게 펼쳐진 도로를 달렸다. 8명은 아직 서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당장 누군가 아재 개그를 쳐도 억지로 박장대소를 하며 눈물을 흘려줄 것 같았다. 열심히 포장도로를 달리던 푸르공이 갑자기 도로를 벗어나며 정적을 깼다. 평생 처음 접한 메마른 황무지를 시속 80km로 달리다니. 눈앞에 매드맥스가 펼쳐졌다. 3분에 한 번꼴로 천장에 머리를 박으니 겁이 났다. 지나가다 간간히 보이던 양치기들이 몽골 갱스터로 보일 정도였다. 사막 곳곳에 흩어진 관광명소를 전부 보려면 하루에 짧게는 60km, 길게는 200km를 넘게
이동한다. 다행히 막힐 일은 없으니 로드킬과 엉치뼈만 조심하면 된다.
바가 가즈린 출루 바가 가즈린 출루는 칭기즈칸이 말에게 풀을 먹였다고 하는 화강암 암석지대다. 러시모어산의 축소판을 보는 느낌일까. 넓게 펼쳐진 황무지 가운데 이곳만 지질이 다르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듯하다. 바위가 소프트아이스크림처럼 켜켜이 쌓여 기암괴석을 이루고 있다. 아직 늦은 오후인데도 강풍이 불어 나는 플리스에 패딩을 겹쳐 입었다. 오늘 체감 일교차는 최소 20도. 대자연의 기후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것인가. 극한의 환경에서 생존 의지를 꽃피우고 삶의 터전을 일군 몽골인에게 경의를 표하고 있자니, 앞서 걷던 구니가 정적을 깼다.“ 와 날씨 엄청 추워! 미쳤다! 왜 이러지?” 조금 걷다 보면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초르징 호레니’ 라는 사원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 소련의 간섭기 때 마더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되어 현재는 폐허만 남아 있을 뿐이다. 몽골의 낮은 길었다. 오후 9시를 향해 가는데 여전히 해가 지평선 너머로 지고 있었다. 우리는 돌아가 첫 숙소인 게르에 짐을 풀었다. 첫 게르는 동해안 민박 스타일이었다. 구니의 권유로 주인집을 구경했는데 놀랍게도 3대가 모여 대하 드라마 < 대조영 > 을 보고 있었다. 위대한 정복자의 후예들도 발해의 클라스만큼은 인정하는 것인가. 밤을 위해 잔뜩 사 놓은 보드카 대신, 그날은 국뽕에 취해 그렇게 잠들었다.
게르 이야기
당신이 묵어야 하는 여행자의 민박,‘ 게르( Ger)’.
두꺼운 천막으로 만들어진 몽골의 전통 가옥이자 현대 가옥. 사막 투어 중엔 이곳에서 모든 숙식을 해결하고 실내생활을 한다. 보통 여행자들이 6인 기준으로 이동하기 때문에 게르 하나에 침대가 최대 여섯 개 들어간다. 규모에 따라 침대가 3개, 4개만 배치될 때도 있어 각방을 쓰는 일도 생기니 알아두자. 보통 중앙에는 추운 밤을 위해 난로가 놓여 있는데 말똥이나 나뭇가지를 연료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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