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RK 20_new 12 | Page 37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그와 섹스를 한다는 생각 은 전혀 못했습니다. 그저 민박이나 여관을 얻어 서 잠만 잔다는 생각을 한 거죠. 우리는 일찌감치 강변이 바로 앞에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곳에 숙소를 정하고, 방에서 TV를 보며 한가로운 낮 시간을 보내고, 오후 4시쯤 술을 곁들여 이른 저 녁을 먹었습니다. 무척 추운 날이었는데, 그래서 인지 술도 잘 들어가더라고요. 저녁을 끝내고 나왔을 때는 이미 주위가 밤처 럼 깜깜했습니다. 숙소에 돌아온 우리는 우선 늘 어지게 잠을 잤습니다. 추운 밤거리를 걷다가 갑 자기 따뜻한 곳에 들어온 탓이었겠지요. 새벽 2 시쯤 잠에서 깬 것 같습니다. 베란다 밖으로 달빛 을 받은 강물이 환하게 보였습니다. 꼭 시간을 조 선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고요했고요. 커 피나 한잔 마시려고 일어서려는데 그가 나를 끌어 안았습니다. 피곤함이 완전히 풀린 상황에서 섹 스를 하게 됐는데, 그와의 첫 경험이라는 것도 조 금 설레고, 섹스에 대한 예감 없이 급작스럽게 진 분위기 따라주는 겨울의 환경 기 때문이었을 거예요. 일산에 사는 친구와 친구 행돼서 그런지 마치 처음 섹스를 하는 것처럼 기 겨울이 섹스하기 좋다는 데에는 여러 가지 근거가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에버랜드에 갔다가 나왔 분이 들떴습니다. 다음날 그가 확실히 내 사람이 있다. 우선, 12월은 1년 중 밤이 제일 길다. 퇴근 는데, 길이 너무 밀려서 두 시간을 운전하고도 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그날 섹스 시간에 맞춰 회사를 나오면 바로 깜깜한 밤이다. 직 죽전이라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내가 언제 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오후 6시에도 해가 중천에 걸려 있는 여름이라면 일산까지 가느냐며 우리 집에 하루 묵어가라고 했 7년 전 12월이었습니다. 연인 사이 커피나 간단한 저녁식사가 어울릴 수도 있겠지만, 죠. 그랬더니 꽤나 좋은 제안이라고 생각했는지, 였던 우리는 금요일 밤 원주에 갔습니다. 다음날 밤과 다름없는 깜깜한 겨울 저녁엔 술이 훨씬 더 그래도 되냐고 되묻더라고요. 당연히 되죠. 우리 치악산을 둘러볼 계획이었지요. 우리의 기대와는 잘 어울린다. 그것도 시원한 맥주보다 와인처럼 식구도 집안에 있는 게 심심해서 다들 죽을 것 같 달리 치악산 입구 숙박시설은 그리 쾌적하진 못했 따뜻한 술 말이다. 분위기를 잡는 데에는 아무래 았거든요. 그날은 눈도 와서 도로가 하염없이 밀 습니다. 등산객이 적은 겨울, 그것도 평일 밤에 찾 도 와인이다. 또 소주와 달리 여성들도 부담 없이 리던 날이었어요. 우리 가족과 친구 가족은 오랜 아간 탓에 사람들도 많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