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RAIN
하지만 내가 배운 수학은 시험 문제뿐이다. 숫자 1이라도 틀리면 X되는. 현 시험 제도의 가장 큰 문제다. 그러니까 사람들이 실수만 두려워하고, 수학을 싫어하게 되는 거다. 선다형을 없애거나 줄이고 서술형을 늘려야 한다. 사고의 흐름이 옳다면 숫자는 어느 정도 틀려도 된다.
서술형의 장점은 무엇인가? 프랑스가 이미 100 % 서술형으로 이백 년 넘게 시험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데, 한국은 채점의 공정성을 이유로 미루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자기 생각을 기록할 수 있게 학생을 가르쳐야 한다. 답이 틀려도 과정이 올바르면 좋은 점수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게 되는데, 우리는 그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 말로만 도전 정신을 강요한다. 이미 아이 시절에 주눅 들고, 자기 생각을 거세당했는데 도전이 익숙할 리가 없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는 어떤 일을 하고 있나? 현실에 도움이 되는 수학. 최근에는 고리 원자력 발전소와 일했다. 발전소는 핵폐기물을 주기적으로 옮겨야 하는데, 옮길 때 반드시 오염이 발생한다더라. 그래서 폐기물을 어떤 순서로 어떻게 옮겨야 오염을 최소화 할 수 있는지를 문의해왔고, 수학적으로 가장 합리적인 운반 방식을 도출했다. 또 헤드헌터 기업과도 일했다. 어떤 종류의 배경와 관심을 가진 사람을 어떤 기업에 보내야 가장 이직률이 낮고 성공률이 높은지를 빅데이터 방식으로 분석했다. 그렇게 본인도 모르는 본인 소양을 찾아주는 거다.
수학을 통해 사람의 취향이나 적성을 찾아주는 게 신기하다. 인문학, 문과의 영역 아닌가. 빅데이터를 다루는 수학의 힘이다. 패션 업계에서 예를 찾으면 의류 브랜드‘ 자라’ 가 있다. 옷 장사는 다음 시즌에 사람들이 어떤 옷을 좋아할지를 예측하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래서 자라는 기획 단계에서 라이프 스타일의 모든 데이터를 취합한다. 요즘 사람들이 무슨 영화를 보는지, 레스토랑 가면 어떤 음식을 즐기는지,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 주제는 무엇인지 등 모든 종류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거다. 그리고 과거의 라이프 스타일 데이터와 대조한다.‘ 옛날에 이런 종류의 영화가 유행할 때 이런 옷이 유행했다’ 는 식으로 유행을 예측하는 거다. 사실 바뀌지 않는 분명한 취향이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대부분 자신이 살아온 데이터를 통해 취향을 결정할 뿐이다. 그러니 맞아떨어진다. 길을 걷다 쇼윈도를 돌아다니다 보면 내가 입고 싶었던 느낌이 걸려있는 거다. 나도 모르는 내가 원하던 걸 데이터 속에서 도출하는 것. 자라는 그렇게 성공했다.
8 0 maxim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