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눈에 수학적 사고가 깃들기를 바란다”
우리 잡지가 어떤 잡지인지 아십니까, 교수님? 안다. 내가 맥심과 어울릴 거 같지 않아 살짝 걱정했다.
카운팅을 통해서 49 % 확률을 51 % 로 올리는 정도다. 그러니 긴 시간 동안, 큰 액수를 들이부어야 수익이 날 거다. 그만한 총알은 없으니까 포기( 웃음).
국회의원도 나왔는데 뭘. 맥심은 한 분야에서 끝장 본 남자라면 가리지 않고 제대로 모신다.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아닌가. 작년 9월까지 아주대 석좌교수로 있다가 국가수리과학연구소장 제안을 받고 이직했다. 국가 임명직이라 임기가 3년이더라. 교수는 잠시 휴직했다.
국익을 위해 그 한 몸 던지는 지식인의 사명감! 그것보다는 한국의 국가연구소 중 유일한 수학 분야라서 이직했다. 교단을 벗어나 세상에 뛰어들고도 싶었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수학자의 이미지를 바꾸고 싶었다. 수학자의 스테레오타입이 있지 않나. 허름한 다락방에 연필만 쥐고 홀로 들어가서 난제를 풀다 늘어지는...
어렵게 모신 만큼 평소 궁금했는데 이해하기는 귀찮았던 걸 물어볼 거다. 한국 수학의 권위자시니 내 돌대가리도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쉽게 설명해주리라 믿는다. 알파고는 어떻게 이세돌을 이겼나? 먼저 체스 얘기부터 시작해야겠다. 바둑보다 먼저 기계가 정복한 게임이 체스다. 경우의 수가 더 적기 때문이다. 체스판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대략 2억 개 정도다. 컴퓨터로 그걸 다 센 거다. 그러니 가장 이길 확률이 높은 선택만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바둑은 그게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가 우주에 있는 원자 수보다 많다. 확률 계산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알파고는 검토 안 해도 되는 수는 버리는 방식을 썼다.“ 이렇게 해서 될 리가 없어” 라고 스스로 판단하는 거다.
절대 안 그래 보인다. 몽크 스트랩 구두부터 헤어스타일까지, 감각이 범상치 않다. 코디 따로 두나? 내가 산 옷이다( 웃음). 옷부터 전자기기까지 종목 가리지 않고 지르는 게 취미다. 사실 학문 쪽에서 수학자만큼 잘 돌아다니는 인종도 없다. 일단 엉덩이 비비고 앉을 실험실이 없잖아. 수학자들이 문제 해결하는 방식은 나가서 수학자들끼리 만나는 거다. 어떤 문제에 막혀 있는지 얘기하고, 조언을 듣기도 하고. 그래서 다른 직업에 비해서 여행을 굉장히 많이 다닌다. 학회를 가거나, 다른 수학자를 방문하거나 누구를 초청하거나.
그럼 수학자들끼리 회식도 자주 하나? 그 술자리 엄청 재미없겠다. 우리는 즐겁다( 웃음). 나는 술을 싫어하는데, 러시아 수학자들은 술 좋아하는 분들이 많더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천문학자를 술 잘 마시는 부류로 꼽는다. 매일 광대한 우주를 보다보니 세상이 한 톨 먼지 같고, 그러다 보니 사람들이 세상 번뇌로부터 자유롭다. 통이 크고 대인배다.
보통 머리로 수학자 되기 어렵지 않나? 영화 < 굿 윌 헌팅 > 보면 청소부로 나오는 맷 데이먼이 수학 전공자들도 포기하는 문제들을 단숨에 풀어버리던데. 그런 초인의 영역까지는 필요 없다. 머리보다는 끈기다. 예를 들어 나는 정말로 뭘 해야 할 때, 논문을 써야 하든, 책을 써야 하든, 무엇이든 데드라인이 있을 때 72시간 동안 쉬지 않고 집중할 수 있다. 그만하면 웬만한 일은 다 마칠 수 있더라. 딱 그 재주 하나 있다.
미디어가 그리는 수학자는 대부분 세상 물정 모르는 비범한 초인이거나, 천재 범죄자다. 영화 < 21 > 말이지? MIT 공대생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카드 카운팅으로 블랙잭을 간파해 거금을 번 실화. 그게 궁금해서 라스베이거스 가봤다.
정말? 돈 얼마 땡겼나? 해보니까 가능은 하더라. 하지만 돈이 넝쿨째 굴러들어오는 건 아니다.
어떤 기준으로 버리나? 역대 바둑 프로들의 기보를 공부해서. 프로들이 두는 방식만 학습하면 경우의 수가 극적으로 준다. 그리고 그것마저도 다 세지 않는다. 수 읽는 시간이 30초니, 그 시간 동안 가장 최적의 선택을 하기 위해 무작위적으로 선택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를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이라고 한다.
알고리즘 단어 나오자마자 머리가 앓고 있음... 별 거 아니다. 동전 던져서 갈림길 가는 거 있지? 그거랑 같다. 경우의 수를 세다 어느 수준에서 더 세지 않고 날려버리는 거다. 이세돌이 한 번 이겼지 않나? 날린 수 중에 정말 좋은 수가 있었던 거다. 그걸 이세돌이 짚어낸 거고. 그러니 리스크는 있는 거다. 하지만 인간에 비해 짧은 시간에 굉장히 많은 최적의 수를 검토할 수 있으니 실수할 확률은 극도로 낮다. 게다가 지금에 이르러서는 기보도 딱히 필요 없다. 두 개의 알파고가 서로 두게 하니까. 서로 학습하면서 더 완벽한 선택이 가능하게끔 성장하는 거다.
최근 미국에서 최고의 직업으로 수학자를 뽑았다. 서른 넘은 나도 수학
박형주
공부 다시 시작해야 먹고 사는 데
도움이 되려나? 직업 연구기관단체인, 대학교수 수학과 관련된 분야의 전공을 하는 출생: 1964년, 충청남도 부여
게 아니라면 공식이야 잊어버려도 경력: 제 4대 국가수리과학연구소
된다. 수학에서 배워야 하는 건 세상의 소장, 아주대학교 석좌교수
문제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학력 버클리대학대학원 수학과 박사
데이터, 자료들을 모으고 합리적인
수상: 2014년 한국과학기자협회 올해의 과정을 거쳐 결론에 다다르는 법이다. 과학자상
그게 수학적 사고의 위력이다. 2011년 동아일보 10년뒤 한국을 알파고가 단숨에 인류를 뛰어넘은 빛낼 100인 선정
것처럼.
March 2017 maxim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