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 Page 171

LAYOUT 전수진 VIDEO 문혜경 하성준 IMAGE flickr. com( Arek Olek)
새벽의 섹스는 차갑게 시작한다. 여름이건, 겨울이건 계절에 상관없이 새벽은 가장 차가운 시간이니까. 새벽의 공기를 저항하듯 그녀의 몸은 따스한 온기를 뱉는다. 거추장스러운 이불을 들추고 그녀의 온기에 가까이 다가간다. 차가운 공기를 피해 따뜻한 곳을 찾는 여정에 동의한 그녀와 나는 서로 더 많은 면이 맞닿도록 엉겨붙는다. 너무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따스함이다. 여름에 에어컨을 한껏 틀어놓고 자다 적당한 두께의 이불을 덮은 기분. 할머니 집 온돌방 아랫목에서 자다가 굴러 윗목으로 갔을 때 느낀 적당한 시원함. 딱 그 정도의 시원하고 따뜻함의 경계를 우리는 서로의 몸을 통해 느낀다.
알람을 맞춰놓고 일어나 새벽을 즐기는 것은 썩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새벽은 자연스럽게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게 어울리는 시간이니까. 우리는 자다가 침대 밑으로 떨어뜨린 이불을 불을 켜지도 않고 손을 뻗어서 본능적으로 다시 집어 덮는다. 머리에서 멀어진 베개의 위치를 본능적으로 머리맡에 다시 옮겨 놓는다. 그것처럼 우리는 잠시 잠에서 깬 이 순간, 본능처럼 서로를 찾아 더듬고, 서로의 몸을 덮는다.
처음은 낯설다.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하는 섹스가 늘 그랬던 것처럼. 그래도 지난밤의 일을 몸이 조금은 기억하고
있어서일까. 금세 익숙해진 우리는 결승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더 나은 다양한 주법을 찾는 일을 새벽에 하는 건 귀찮다. 일정하게 달리고 힘들면 조금만 다르게 달려본다. 결승점에 도달해야 할 의무감도 부담감도 사라진다. 새벽에 하는 것은 번외 경기 같다. 결과는 중요치 않다. 한 선수가 지칠 때쯤 관두면 그만이다.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누운 우리는 어색함을, 미안함을 느낄 새도 없이 잠이 들 테니. 그렇다고 의지를 다해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을 굳이 마다하진 않는다. 그건 그 나름대로 또 다른 새벽의 맛이다.
동이 튼다. 창문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에 눈이 떠진다. 화장기 없는 그녀의 모습이 유달리 곱다고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과연 그녀도 새벽에 같은 생각을 했을까?
March 2017 maxim 1 6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