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도 해버린다는 거다. 정찬성의 언행과 성품을 이해하는 데 조금 도움이 될 에피소드가 있어 소개한다. 2013년 3월, 조르쥬 생피에르( GSP. GPS 아니고) 가 전범기 문양의 가라데 도복을 입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국내 격투 커뮤니티가 즉시 끓어올랐다. GSP의 부적절한 복장 성토 여론이, GSP 특유의 안전 제일주의 + 수면제 성분이 다소 포함된 지루한 경기 내용과 반응하여 점점 더 극단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접한 정찬성은 인스타그램 메시지로 GSP에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답이 없었다. 한편, 국내의 대표적인 격투 커뮤니티에서는 생피에르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었다. 닉네임‘ 가라한 / 혜성’ 이라는 회원이“ 생피에르가 그 문양의 의미를 알고 입은 건지 몰랐는지가 확인되어야 하고, 그 문양이 아시아 여러 나라 사람에게는 압제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이유를 설명한 후에 입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해야 한다. 이 내용을 담은 영문 문안을 그에게 건네는 게 먼저다.” 라고 주장해 다수의 지지를 얻었다. 이어‘ 해경궁김씨’ 라는 영어에 능통한 한 회원이 영작을 해서 문안을 완성했다. 마침 그 시기 정찬성은 한 팟캐스트에 나와, 전범기 도복 관련하여 GSP에게 메시지를 두 번이나 보냈지만 씹혔다는 말을 했다. 이를 들은‘ 해경궁김씨’ 가 정찬성에게 문안 전달을 부탁했다. 정찬성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문안 내용을 생피에르에게 전했다. 어떻게 됐느냐고? 생피에르는 도복 제조사‘ 하야부사’ 측에 메시지를 전했다. 하야부사는 장문의 사과문을 올렸다. 생피에르 본인도“ 모르고 입었지만 어찌되었건 내 행동으로 마음이 불편했을 모든 팬들께 사과드린다.” 라며 용서를 구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정찬성은 같은 해 8월, 한국인 최초로 타이틀매치에 나서면서 UFC에“ 전범기 문양의 의복이나 도구를 UFC에서 추방시켜주기를 바란다” 는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
그는 전범기 문양이 그저‘ 가라테키드’ 의 머리띠에 새겨진 무늬라고 생각한 생피에르와 해외 격투 관계자들에게, 사실 그 무늬가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나치의 스와스티카( 철십자) 문양 같은 의미로 인식된다는 것을 알렸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주요 격투 매체들을 통해 전세계 마셜아츠 팬에게 전해지면서 정찬성은 민간 외교사절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다. 아무도 그에게 그렇게 해달라고 부탁하지 않았다. 누구도 그렇게 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정찬성은 스스로 해버렸다.
“ 좀비라는 별명도 좋지만‘ 코리안’ 석 자가 더 뿌듯” 정찬성은 경기당 1억 원 가량의 대전료를 받는다고 알려져 있다. 거기서 세금 빠지고 또 여러 갈래로 나누어 지급할 비용이 빠지겠지만, 대략 1년에 3경기를 할 경우 약 3억 원의 세전 수익을 거둔다고 볼 수 있다. 삼성전자의 연간 순이익을 총 직원수로 나누면 1인당 2억 5천만 원가량이다. 정찬성은 삼성전자의 전직원 평균과 비슷한 규모의 경제효과를 내는 개인이라고 할 수 있다. 차이점은, 삼성이 정부로부터 각종 혜택을 받아 챙기고 뒤로 호박씨를 미친듯이 까는 것에 비해, 정찬성은 나라를 위해 할 일은 다 했고 특별히 혜택을 받은 것은 없었다는 정도?“ 좀비라는 별명도 좋지만 그 앞에 붙은‘ 코리안’ 이라는 석 자가 더욱 만족스럽다” 는 정찬성은 현지 팬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그는 터프함과 겸손함의 공존이라는, 실로 보기 드문 콤비네이션을 보여주면서 한국인에 대한 호감도를 올리고 있다. 최근, 정찬성이 메인 이벤트에서 뛰었던 UFC Fight Night 104는 약 110 만 명의 미국인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최근 1년간 최고의 시청률이었다.
버뮤데즈의 볼에 닿는 정찬성의 리치가 굉장하다.
좀비 위력 영상으로 봐야 맛.
March 2017 maxim 1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