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 Page 144

The Fighter

KOREAN ZOMBIE 10 UPGRADE POINTS

격투 이야기를 또 너무 안 하면 섭섭하다. 진일보한 정찬성의 파이트, 포인트별로 10 가지를 뽑았다.“ 좀비에게 새 스킬이 적용되었습니다.”
1. 스텝 정찬성의 스텝은 사실 불안정했다. 전에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몸을 이동시키는 데만 집중했다. 스텝에는‘ 밸런스나 수비적인 상체 움직임과의 공조’ 라는 중요한 목표가 있는데, 여기엔 큰 비중을 두지 않은 것이다. 이번 출전에서 정찬성은 대단히 경쾌하고, 균형 면에서 진일보한 스텝을 보였다. 상체 움직임을 동반하여 접근하는 획기적인 변화였다. 그는 펜싱을 배우면서 스텝 공부를 많이 했다고 한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본인은“ 스텝에 공을 많이 들였는데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 아쉽다” 고 말했다. 아마도 피벗 등 측면으로 움직이는 발놀림을 제때 구사하지 못한 걸 말하는 것 같다. 앞으로의 경기에서 그런 부분까지 능숙하게 구사하게 된다면 타이틀이 바짝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2. 잽 성능 향상 잽조차도 매우 공격적으로 구사하던 정찬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체중을 뒤에 충분히 남긴 채 잽으로 간을 봤다. 워낙 팔이 길어서 잽을 이런 식으로 잘 쓰면 상대가 매우 피곤해진다.
3. 완급 조절 강타 일변도 공격에서 강약이 교차되는 콤비네이션을 구사하게 됐다. 전체적인 공격의 효율을 끌어올려 체력 낭비를 줄이는 주요 업그레이드 포인트다.
4. 테이크다운 디펜스 원래 좋았던 부분이 미친듯이 강해졌다. 그 덕에 상대 기세가 초반에 완전히 뭉개졌다. 버뮤데즈는
NCAA 디비전 올아메리칸 경력자다. 하여튼 레슬링으로는 웬만하면 이길 수가 없는 인간인데, 그 사람이 정찬성을 전혀 넘길 수가 없었다. 레슬링 스페셜리스트 길영복을 영입한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다.
5. 공격 밸런스 향상 공격을 이어가다보면 밸런스가 흩어지는 건 당연하다. 특히 크게 시작해서 매우 크게 이어가다가 미친 듯한 스윙으로 마무리하던 정찬성의 공세는 도중에 상대에게 카운터 찬스를 많이 내주는 단점이 있었다. 지금은 상대에게 충분한 부담을 줄 공격 강도는 유지하되 사이사이 빈틈을 많이 줄였다.
6. 스킬 펀치 정찬성은 정직하게 큰 것을 노골적으로 노리는 정직한 파이터였다. 그래서 클린치에서 떨어지는 순간 등의 간극에서 상대의 요령에 많이 당했다. 이번에는 본인이 그 타이밍을 노려 기술적인 타격으로 점수를 따고 충격을 입혔다. 교묘함이 더해진 좀비, 무섭다.
7. 레인지 트릭 정찬성의 리치는 동급 최강이다. 거의 < 삼국지 > 에 나오는 유비의 묘사처럼 유난히 팔이 길다. 하지만 이전까지 이 장점을 제대로 살리지는 못했다. 물론 아직도 연구가 많이 필요한 부분인데, 이번 경기에선 발전이 보였다. 그는 앞발을 조금 내면서 라이트를 던져 상대가 앞발만 보고 조금 물러나게 했다가, 뒷발을 앞으로 보내면서 펀치를 쑥 뻗어 상대방의 안면을 터치해 식겁하게 만들었다. 이런 거 맞으면 겁나 혼란스럽다.
8. 페인트 정찬성은 페인트를 그리 많이 구사하는 선수가 아니다. 그런데 이번엔 여러 번 페인트를 구사했다. 특히 마지막 어퍼컷이 터질 때 왼손 훅으로 페인트를 줘서 버뮤데즈가 마치 동네 일진 형이라도 만난 듯 황급히 고개를 숙이게 만들면서 어퍼컷을 적중시켰다. 상대가 스스로 정찬성의 어퍼컷을 강화한 셈이다. 이건 사실 초반부터 버뮤데즈의 잽을 레프트 훅으로 카운터 해왔기 때문에, 즉 미리 심어두었기 때문에 수확이 가능했던 장면이다. 이로써 정찬성은 페인트도 제대로 터지려면 투자가 필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매우 특별하게 보여주었다.
9. 콤팩트한 스윙 마지막 어퍼컷은 잘 절제된 스윙 궤적을 그렸다. 거의 백스윙 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상대 안면에 박아 넣은 아주 좋은 기술이다. 세게 때리려고 크게 휘두르면 힘만 빠진다는 원리를 드디어 체득한 것 같았다. 이제 몇 명은 큰일 났다. 특히 알도와 함께 2강을 형성 중인 할로웨이에겐 정찬성이 최악의 상대가 될 것이다.
10. 방어스킬 장착 마지막 어퍼컷 5초 정도 전에 정찬성이 잽을 내다가 상대의 오버핸드 카운터를 맞는 것처럼 보인다. 프레임 단위로 돌려보면 정찬성이, 뻗은 왼팔 팔꿈치를 틀어 올리며 상대의 오른손 펀치를 막는 게 보인다.‘ 하이 엘보우 블록’ 이라는 테크닉이다. 회심의 일격을 난데없는 복싱의 고급방어테크닉으로 날려먹은 버뮤데즈는 거기서 마음속의 GG를 쳤으리라.
IMAGE 경기 장면 / Getty Images 정찬성 정면 / MAXIM 2012 년 1 월호 LAYOUT 박소영
140 maxim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