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ghter
“ 버뮤데즈와 정찬성의 경기 전, 어느 호사가가 이런 전망을 내놨다.“ 버뮤다 삼각지대에서 좀비가 실종될 것이다.” 경기 당일, 코리안좀비는 버뮤다 삼각지대를 아주 아작 내버렸다.”
때부터 훈련하는 엘리트 스포츠, 우수 선수에게 국민 세금으로 조성한 문체부 예산 지원과 성적에 따라 병역혜택, 연금이 주어지는 종목을 종합격투기와 단순 비교한다는 건 말보다는 방구에 가깝다. 아, 이번 원고에 방구가 너무 많이 나오네. 죄송합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인 NFL을 무대로 흥미로운 정치 행위가 일어났다. 샌프란시스코 포티나이너스의 쿼터백 콜린 캐퍼닉이 경기 전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고 한무릎을 꿇고 앉아있었다. 당시 문제였던 미국 경찰의 흑인 용의자에 대한 무자비한 대응과 살상, 부주의하고 가혹한 제압과 검거 그리고 흑인 위주로 행해지는 정리해고 등의 사회현상에 저항하는 것, 행동의 이유는 그러했다. 대선레이스가 한창이던 8월에 일어난 이 사건은 여러 흑인 선수들이 캐퍼닉과 행동을 함께하면서 논쟁을 야기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캐퍼닉을 지지했다. 당시 공화당 대선주자였던 트럼프는 신랄한 비판을 퍼부었다. 스파이크 리, 찰리 쉰, 카림 압둘 자바 등의 유명인들이 지지를, 케이트 업튼, 로브 로우, 제임스 우즈 등이 반대를 각각 선택했다. 주요 쟁점은 이것이다. 한쪽에선, 국가 연주 때 기립을 거부하는 건 국민이기를 거부하는 행위이며, 아무리 중요한 의사표현을 위해서라도 용납되기 힘들다고 봤다. 반면, 다른 쪽에서는 그의 행동이 월남전 참전을 거부하고 투옥된 알리의 저항과 궤를 같이 하는 행위이며, 국가 연주 때 기립하지 않는 것으로 시대사에 유감을 표명하는 것일 뿐 국민이길 거부하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물론 많은 사람들은 이미 상기 쟁점은 단지 명분론이고, 입장이 갈리는 진짜 이유는 민주당 지지자냐, 아니냐가 기준이라고 해석했다.) 하지만 이 사건에서도“ 스포츠 스타라서 정치적 행위를 하면 안 된다” 는 주장은 없다. 다만 본인이 그 행동에 동의하느냐 반대하느냐로 논쟁하는 것이다. 그것이 남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동이 아니라면 누구든 본인의 방식으로 원하는 주장을 할 수 있다는 것, 그게 당연한 거다.
공인, 세계 운운하는 질낮은 꼼수는 그만 올림픽 헌장을 자막에 깔면서 세계 스포츠계를 거론한 것은 그래서 대단히 질낮은 꼼수다. 세계 스포츠계는 경기장 안 정치적 활동을 특별히 금지하지 않는다. 캐퍼닉의 행동에 반대 하는 사람들은‘ 스포츠맨이 정치적인 행동을 해서’ 가 아니라,‘ 국가가 연주되는 동안 기립을 거부한 행동의 상징성에 대한 관점이 달라서’ 반대하는 것이다. 영상에는 최순실을 패러디한 배구선수 김희진이 인신공격을 당했다는 일화가 소개된다. 김희진의 최순실 패러디를 보고 빡친 사람들이 소속팀 기업은행 게시판을 도배하고 막말농성을 벌였다고 한다. 그 주체가 한겨레와 조선일보가( 아니 둘이 세상에!) 입을 모아‘ 박사모’ 라고 지목하는 걸 굳이 참고하지 않아도 박사모가 분명할 텐데... 아무튼 박사모 온라인 카페에 가면 그들이“ 스포츠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현한 것” 을 열띠게 문제 삼은 정황이 보인다. 박사모는 태극기만큼 성조기도 너무나 사랑하던데 캐퍼닉 스토리나 오바마의 캐퍼닉 지지 사실을 알면 섭섭하시겠다. 운동선수라 무식해서 그렇다는 인격모독,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정유라보다 못한 것들이라는 모멸적인 비교, 이거
대단히 강력한 인신공격이다. 문제는 애초에 발상 자체가 잘못된 전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거다. 더 큰 문제는 이거다. 해당 뉴스 채널은 군중의 부당한 폭력으로 개인이 고통 받는 상황을 예로 들면서 정찬성을 포함해 앞으로 비슷한 행동을 할‘ 잠재적 IOC 헌장 위반자’ 들에게 협박을 때린 것이나 다름없다.‘ 야. 김희진 당하는 거 봤지? 너희도 조심해라. 그분들 풀면 약도 없다? 확마 더한 것도 풀어버릴라.’ 랄까? IOC 헌장 깔고 국제 스포츠계 거론하는 건 기만적인 술수였다. 그리고 김희진 인신공격 언급은 협박이다. 이건 딱 북쪽 스타일인데? 혹시‘ 종’ 과‘ 북’ 을 사랑하시는 분인가? 스포츠에서도 정치적 소신 발언이나 행동이 나올 수 있다. 가수 공연, 라이브 코미디, 심지어 배우들 팬 사인회, 행사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의견에 본인이 반대하는 이유를 밝히거나 지지를 보낼 수는 있지만, 애초에 그걸 하면 안 된다고 말하는 건 잘못이다. 스포츠 피플이나 연예인도 얼마든지 정치, 시사, 현안에 대해 의견을 개진해도 괜찮다. 흔히 유명인을 공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공인이기에 정치적으로 한쪽 입장을 들면 안 된다고도 한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공인이고, 또 공인이기에 정치적 발언을 하면 안 된다? 정찬성을 다시 보자. 그는 UFC에서 파이트머니를 받는다. 외화 벌고 있다. 설비나 투자 없이 몸뚱이 하나로 비행기 타고 가서 일 보고 수금해서 들어온다. 세금도 따박따박 낸다. 구시대적이지만 수출입국의 기준으로도 훌륭한 시민이다. 군복무도 마쳤다. 솔직히 중립 엄수의 의무 비슷한 것도 없다. 다른 운동선수나 연예인 역시 마찬가지다. 체육( 프로)-연예인은 사적인 수입을 거두며, 기본적으로는 개인이고 시민 계층이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로‘ 공인’ 이라 칭하고 권력의 방파제로 세우는 건 부당하지 않은가. 유명인들이 정치적 상황에 대해 의견 내는 것을 두고 무조건 아닥하라고 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정찬성 등의 스포츠선수와 연예인이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할 공인’ 이라고 할 수 있는가?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는 사람은 오히려 나랏돈, 즉 국민 세금 덕을 보는 쪽, 자신의 발언으로 법이 생기거나 행정처분까지 할 수 있는 권력자, 세상을 움직일 정도의 재력으로 타인의 삶에 영향을 미칠 사람들이다. 체육인과 연예인을 공인이라 칭하면서 모범을 강요하는 관습은 도대체 어디에서 유래했을까? 얄팍한‘ 유명세’ 에 현혹될 만큼 우리 대중의 정치와 현실 인식 수준을 낮게 보는 것인가? 여기에 대해서도 길게 논하고 싶지만 더 떠들면 편집장이 지랄할 테니 여기서 그만. 휴...
정찬성,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혹시 또 정찬성이 무슨 기회주의 같은 걸로 촛불을 거론한 거 아니냐, 그렇게 몰고 갈지도 모르겠다. 아니다. 정찬성은 경기외의 행동으로 튀는 걸 극도로 싫어한다. 본인의 원칙에서 벗어나면 아무리 좋아 보이는 기회도 손대지 않으며 설득도 불가능하다. 군복무 시절에는 미디어에 인터뷰 한 번을 안 해줬을 정도다. 본인의 신분에 적절치 않아서였다. 기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정말 반대편에서 있는 사람으로 봐도 좋다. 그런데 이 원칙주의자들이 겁나는 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무리
138 maxim March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