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ENDA / IDOL
보이그룹의 생존 방식
다들 GD 처럼 사는 줄 알았지? by 칼럼니스트 블럭
프로듀스 101의 남자 버전 < 프로듀스 101 시즌 2 > 가 방영 중이다. 하지만 반응은 어쩐지 좋지 않다. 진심 어린 응원보다는 네티즌들의 장난에 더 화력이 모인다는 점에서 과거‘ 첵스 새로운 맛 공모전 사건’ 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때 파 맛 첵스가 1등을 했듯 장문복이 1등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 아닌 우려도 있고, 전반적인 편집 퀄리티는 물론 참가자들의 수준에서도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그나마 심사위원 보아가 진행도 하고, 날카로운 지적도 하며 고군분투하는 와중이다. 그런 와중에 몇 아이돌은 A 등급을 받는 데 성공했다. 이중 이런저런 경력을 가진 참가자도 많지만, 단연 눈에 들어오는 건 현역 아이돌 멤버들이다.‘ 소년 24’ 출신은 물론‘ JJCC’,‘ 핫샷’ 멤버들이 참가하는가 하면‘ 뉴이스트’ 멤버까지 참가했다. 이 글을 읽는 맥심 독자들이야 보이그룹에 큰 관심 없으니‘ 그게 뭐 어때서’ 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남자로서 이들의 곡절에 관해 얘기해보고 싶다.
뉴이스트는 데뷔 5 ~ 6년차다. 다섯 장의 미니 앨범과 한 장의 앨범을 발표한, 업계 연차가 상당한 아이돌이다. 방송을 주의 깊게 보면 다른 참가자들과 분위기나 배경 자체가 확연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을 거다. 게다가 해외 진출도 했고, 일본에서는 정규 앨범도 발매했다. 그러나‘ 인기돌’ 의 결정적인 벽은 뚫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소속사 후배 보이그룹인 세븐틴이 큰 인기를 얻고 그 벽을 넘어 성공했으니 더욱 비교가 됐다. 이 난국에서 마지막 활로를 < 프로듀스 101 시즌 2 > 에 건 것이다. 연습생들과 함께 등장한 뉴이스트는 이슈가 될 만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뉴이스트 멤버들은 스스로를 연습생이라고만 소개했다. 심지어 낮은 등급을 받기도 하며 연습생들과 동일 선상에서 고군분투 중이다. 뉴이스트가 뉴이스트를 부정하는 애처로운 모습은‘ 고생한다’ 는 격려를 사기도 했지만,‘ 왜 나왔냐’ 부터‘ 안타깝다’ 는 빈축도 함께 샀다. 개인적으로는 안타깝다. 이들의 마지막 미니 앨범 < Canvas > 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프로덕션에 참여한 꽤 좋은 퀄리티의 작품이다. 그 전에 발표했던 < Q is.> 또한 적지 않은 관심을 받았고, 무엇보다 적은 수의 피드백이지만 평단의 호평도 얻은 작품이었다. 이런 결실들로 어느 정도 검증을 마친 이 보이그룹이 모든 걸 털어내고 바닥부터 다시 도전한다는 건, 그만큼 보이그룹 시장 상황이 절박해서다. 우여곡절
끝에 중소기업에서 과장 자리까지 올라갔던 자가 대기업 신입에 다시 도전한다고 생각해보라. 혹은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자가 다시 수능을 준비한다고 생각해보라. 보이그룹의 현실은 이처럼 냉랭하다.
매해 걸그룹만큼은 아니지만 보이그룹도 많이 등장한다. 최근 SF9, 펜타콘, 빅톤 등 여러 보이그룹이 한꺼번에 등장한 바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들 다수가 성공하지 못할 거다. 실제로 대부분의 보이그룹은 팬덤의 화력이 엑소나 빅뱅, 방탄소년단 정도가 아닌 이상 멜론 100위 내에 진입하지 못한다. 해마다 잘되는 보이그룹은 한 두 팀에서 그치지만 데뷔하는 팀의 수는 스무 팀에 달한다( 2014 ~ 2016년 기준). 여기에 기존 데뷔 그룹이 경쟁자로 누적되기 때문에 보이그룹 시장의 경쟁률은 9급 공무원 경쟁률에 육박한다. 또 큰 규모의 기획사에서 나왔다 해도 홍보 경쟁으로 주목을 끌지 못하며, 결국 예능 프로그램을 통한 노출이든 인터넷상에서의 이슈로든 어떻게든 이름을 알려야 그룹 활동이나마 가능해진다.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대세는 걸그룹이기 때문이다. 여성 팬이든 남성팬이든 예쁘고 매력 있는 걸그룹을 선호한다. 각종 예능 프로그램도 보이그룹보다 걸그룹을 더 섭외한다. 보이그룹은 기라성같은 선배들도 있고, 인지도나 팬 수가 적더라도 경쟁 상대가 존재한다.‘ 먹히는’ 콘셉트가 한정적이다보니 다양성조차 확보하지 못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이그룹은 그 매력을 어필하는 게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신인들만 힘든 게 아니다. 연차가 오래 쌓이면 해외 활동도 해외 활동이지만 입대 문제가 다가온다. 군입대로 인한 공백은 최소화한다고 해도 몇 년이 걸린다. 그 전에 보통 해체의 위기가 다가오지만, 그 긴 시간을 이겨내고 나면 신화처럼 장수하는 길을 걷기도 한다. 최근 데뷔 아닌 데뷔를 치른 하이라이트( 구 비스트) 의 경우처럼 소속사와의 갈등을 비롯한 외적 요인과 맞서야 하는 경우도 있다. 아마 하이라이트의 선례처럼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노하우를 익힌 보이그룹은 자신들의 회사를 차리지 않을까 하는 예측도 해본다.
1 6 2 maxim May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