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로듀스 101 > 에 출연한 뉴이스트 멤버 4 인
LAYOUT 구자영 IMAGE 영화 < 빅뱅 메이드 > 스틸컷
또한 대부분의 보이그룹은 직접 작사, 작곡을 하는 게 최근의 추세다. 마치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하나씩 따고 스펙을 키우듯, 아이돌도 작사, 작곡, 연기, 예능 등 하나씩 격파해나가야 한다.‘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는 언론 플레이를 위해서인데, 아무래도 타이틀곡보다 수록곡일 때 훨씬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요즘은 너도나도 참여했다고 홍보하다보니 타이틀곡까지 직접 쓰는 게 대세가 돼 버렸다. 정말 곡을 잘 써야 하는 거다. 외적인 면은 물론 음악적인 부담도 함께 안게 됐다. 여기서 이력서에 한 줄 더 쓰는 것과 차이가 없는 앨범 참여나 피처링을 곁들이는 게 요새 보이그룹의 평균 스펙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느 그룹마다 에이스에 해당하는 멤버가 존재하게 된다. 그 멤버는 작사나 작곡, 음악적 능력, 혹은 예능 감각 덕분에 에이스가 된 경운데, 상대적으로 그 멤버가 그룹 전체를 먹여 살리는 역할을 맡는다. 하지만 결국 그 멤버의 인지도만 높아지고 그룹의 인지도에는 변화가 없는 안타까운 현상이 빚어진다. 그러니 혼자 잘된다고 마냥 이득은 아니다. 수익 분배의 운명을 함께 하는 전우가 뒤에 있기 때문이다.
매해 많은 보이그룹이 엑소나 방탄소년단을 보고 뛰어들지만, 그들이 마주하는 현실은 이처럼 척박하다. 그렇다면 보이그룹은 가망이라곤 보이지 않는 시장일까? 애써 희망적인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지만,
성공 사례가 있긴 있다. 우선 많은 보이그룹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활동하는 것처럼, 해외 진출이 해답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야기가 중동으로 취업하러 떠나라는 이야기처럼 들린다면 기분 탓이니까 무시해라. 아니면 긴 시간 정체기를 버티고 또 버텨내기. 뒤늦게 조명을 받는 그룹이 간혹 있다. 대표적인 예가 비투비다. 2012년에 데뷔하고 지금까지 다양한 콘셉트의 곡은 물론 발라드 넘버까지 소화한 끝에 최근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사실 이 두 가지 모두 무모한 답안이다. 각종 시험을 준비하는 장수생에게 희망을 주는 공허한 언어와 무엇이 다를까. 그래서 오늘도 한반도의 보이그룹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며, 멤버들의 민낯도 공개하고 개인 활동도 곁들이며 활로의 가짓수를 넓히는 중이다. 앞으로도 더 많은 그룹이 침체기에 들어설 것이며,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갖은 방안을 강구할 거다. 어쩌면 뉴이스트처럼 그동안 쌓아올린 간판도 내려놓은 채 < 프로듀스 101 > 같은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극단적인 결정도 보편적인 생존 방식으로 자리 잡을지 모른다.
아마 맥심을 보는 사람들에게 보이그룹은 관심 밖의 영역일 거다. 하지만 이들이 인생을 살아가는 처절함을 살펴보면 보통의 한국 남성이 사회를 살아가는 무게감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무대 위에서는 물론 무대 아래에서도 열심히 고군분투하는 그들의 모습을 한 번쯤 간략하게나마 살펴보며, 우리도 각자의 전성기를 맞이하기 위해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지 궁리해보자.
May 2017 maxim 1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