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MAXIM_2017_05_new | Page 109

“ 안녕하세요. 필살의 헤비메탈 밴드 피해의식입니다.” 크로커다일 목소리였다. 이 이름이 익숙한 분도 있을 거다. 피해의식 보컬, 자유육식연맹 총재인 그는 오랫동안 맥심에 칼럼을 써온 필진이다. 우윳빛 피부에 뚜렷한 이목구비를 가졌으나 안타깝게도 2014년 10월호에 실린 피해의식과 맥심의 첫 인터뷰 사진에서 백돼지처럼 나왔다. 지금은 몸을 다시 살육에 최적화한 근육 보디로 단련 중이다. 피해의식 다른 멤버들도 몸을 인간병기화 하고 있는데, 주 목적은 더 많은 노출을 하기 위해서다. 피해의식은 크로커다일을 주축으로 스콜피온( 베이스), 다이아몬드( 기타), 사이보그( 드럼) 가 모인 헤비메탈 밴드다. 2년 전,‘ 왜 나한테만 지랄이야’,‘ Heavy Metal is Back’ 등의 곡으로 활동하던 그들을 처음 만났다. 나는‘ 첩이라도 괜찮다는 네 말에’ 란 곡을 좋아했다. 알고 보니 피해의식의 소속사 러브락 사무실과 맥심 사옥은 직선거리로 220m, 방귀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에 있었다. 이후 오다가다 마주치고 페북에서 서로 손가락질하고 저주하던 것이 인연이 되어 지금껏 피해의식과 맥심은 건설적인 비즈니스 관계를 구축해왔다.
소파에 앉은 크로커다일은 가져온 장검을 혀로 핥으며 날 노려봤다. 그 모습이 실로 미친놈 같았다.“ 우릴 왜 이런 곳으로 부른 겁니까?” 그의 질문에 나는 대답대신 노래방 리모컨을 건넸다. 문답무용. 그는 망설임 없이 곡을 고르더니 빠른 비트와 고음이 작렬하는 메탈곡을 메들리로 부르기 시작했다. 스콜피온과 다이아몬드가 기타를 매고 가세해 격렬하게 머리를 흔들며 박력을 더했다. 만약 헤비메탈의 신이 있다면 지금 이 순간 마포구 서교동 슈퍼스타노래방 미국방에 와서 우릴 흐뭇하게 바라보리라( 방 이름이 미국방이었다). 피해의식은 그날 그곳에 온 그 어떤 노래방 도우미보다 화려한 샤우팅과 고음처리, 바이브레이션, 퍼포먼스로 공간을 지배했다.“ 이렇게 재밌는 촬영은 오랜만이다.” 신들린 속도로 셔터를 누르던 맥심 포토그래퍼 박율 실장이 쌀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헤비메탈에는 이런 기이한 화학작용이 있다. 실제로 몇 가지 심리학 연구 결과가 있다. 헤비메탈 팬에게 메탈 음악을 들려주면 죽음에 대한 생각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거나, 1980 년대 메탈 팬이던 중년들이 상대적으로 유년시절을 더 행복하게 느끼고 현재에 잘 적응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 빠르고 공격적인 메탈이 분노를 달래고 창조적인 영감을 주며 슬픔을 억제한다는 심리학 연구 등등. 물론 이 모든 연구는 메탈 광팬에 의해 저질러졌을 게 뻔하지만.
이하는 피해의식과의 대화다.
MAXIM( 이하 M): 어라? 멤버가 바뀌었나? 크로커다일( 이하 크): 그런 건 굳이 말하지 마라. 처음 멤버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니까 이 멤버로 쭉 해온
May 2017 maxim 1 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