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EER
LAYOUT 임은희
첫째, 상대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첫 번째 오류는 상대가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한 경우다. 이것은 대중심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2015년 영화 < 내부자들 > 에서 조국일보 주필로 출연한 배우 백윤식의 명대사“ 대중은 개돼지” 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언론이 철저하게 여론을 만들고 통제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민들의 전반적인 학력과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 모바일을 통한 여론 형성과 전달이 활성화되어 그 정도가 덜하지만, 아직도 일부 언론은 정보 통제로 대중의 눈과 귀를 닫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최근 가장 큰 정치 · 외교 이슈인 사드 배치를 두고 유력 정치인과 대중이 찬반으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이유는, 사드 배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드 배치가 국가의 안보에 매우 필요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데 가장 완벽한 무기라면 그 누가 반대하겠는가. 하지만 사드 배치의 실효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한미동맹을 거부하는 것인가’ 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 중국의 압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라는 또 다른 비난을 마주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된다. 그러니 정치인 역시사드 배치 앞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여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다.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중심리나 여론을 통해 도출된 주장은 객관적이라기보다 감정적 접근 또는 부정확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치며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태극기 집회자의 주장을 떠올려보자.“ 박근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박근혜는 불쌍한 사람이다” 이런 식의 비논리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런 주장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만약 부정확한 정보, 정보량이 부족하여 비논리적인 주장을 이어가는 상대와 협상해야 한다면, 객관적 논거와 자료를 내밀어 확실한 협상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다. 한 마디로, 팩트폭격이 답이다. 길거리 싸움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길지 몰라도, 협상 테이블 위 싸움은 준비한 게 많은 쪽이 이기는 법이다.
둘째, 상대에게 배후 세력이 있을 경우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2005년, 미국 의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싼값에 농산물을 구매해 가난한 국가에 식량을 원조하는 법안을 통과해 많은 정치인과 사회공헌 단체로부터 높은 지지와 환영을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여줄 좋은 정책이었고, 그 의도도 공익적이기에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찰나, 뜻하지 않은 반전이 일어났다. 미국이 빈곤 국가에 식량을 원조해야 한다고 평소 줄기차게 적극 주장해온 한 시민 단체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이 식량 원조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의회와 대중 모두 어리둥절한 것은 당연지사. 이 시민 단체는 대체 왜 하루아침에 돌변했을까?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했다. 해당 시민 단체를 지지하는 주요 구성원이 미국의 농민이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의 식량을 구매하면 역설적으로 미국 농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평소 공익적 이유를 들며 자신들 스스로 그렇게 찬성하던 해외 식량 원조 법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태세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상대가 사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정보가 부족한 상대는 근거를 제시해 설명해가며 설득할 수 있지만, 상황을 다 알면서도 딴소리를 하는 상대는 정말 다루기 힘들다. 협상학에서는 보통 이럴 때 상대를 조종하는 숨은 배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이처럼 협상 상대의 뒤에 배후 세력이 있고, 그에 따라 상대가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럴 땐 협상 상대와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찾아내 그들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아마 높은 확률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에 여자 친구만 백날 붙들고 있어봐야 해결이 되겠는가. 차라리 배후 세력(?) 인 예비 장인 · 장모님을 찾아가 설득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셋째, 상대에게 숨은 의도가 있을 경우 대한민국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한 · 미 · 일 3개국의 안보 협력과 동맹은 매우 빠른 속도로 강화되는 반면 한 · 중 관계는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는 국내 여론 중 일부가 내정 간섭을 언급하며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이미 중국 역시 초대형 레이더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알래스카까지 조사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중국은 네이멍구 산악 지역에 탐지 거리 3,000km를 자랑하는‘ 초지평선 레이더’ 를 설치하여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되었다. 이처럼 중국은 예산을 늘려가며 전 세계를 감시 ·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를 배치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로남불(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스토리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과 논의를 이어가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한민국에 경제 · 무역 압박을 감행하는 것은 이번 이슈를 시작으로 한국을 한 · 미 · 일 동맹에서 떼어놓으려는 그들의 숨은 의도( 협상학에서는 이를‘ Interest’ 라고 한다) 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두 국가 모두 동북아 패권 국가로서 확고한 위상을 세우는 것을 주요한 안보 전략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 · 미 · 일 동맹을 구축하고, 중국은 러시아 · 북한과의 혈맹을 통해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적 스탠스를 취한다.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우리나라에 유독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한 · 미 · 일 동맹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보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핑계로 경제적 공세는 물론 사회 · 문화적 차원의 제재까지 서슴지 않으며 연일 그 통제 범위를 확대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한 · 미 · 일 동맹을 끊고 대한민국을 자국 편으로 돌려 동북아 패권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교두보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숨은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우리에게 반격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한국에 극단적 압박을 가할 경우 한국이 완전히 등을 돌려 중국의 동북아 위상이 위험해질 수 있다’ 는 경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제조업 제품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중국이 막무가내식 협상을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5월, 새로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게 주어질 최대 난제는 바로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될 것이다.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 너머에 존재하는 중국의 숨은 의도를 역이용한다면 이 어려운 국면을 유리한 양상으로 뒤집을 것이라고 믿는다. 부디 신임 대통령은 협상의 묘미를 잘 살려 국익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며, 글을 맺는다.( 청와대에도 맥심 정기 구독자 있는 거 다 안다. 우리의 이런 바람을 꼭 전하라 이 말이다.)
May 2017 maxim 1 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