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first Magazine MAXIM_2017_05_new | Page 107

CAREER
LAYOUT 임은희
첫째 , 상대가 잘못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 첫 번째 오류는 상대가 부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결론을 도출한 경우다 . 이것은 대중심리에서 흔히 목격할 수 있다 . 2015년 영화 < 내부자들 > 에서 조국일보 주필로 출연한 배우 백윤식의 명대사 “ 대중은 개돼지 ” 를 생각하면 이해하기 쉽다 . 언론이 철저하게 여론을 만들고 통제하는 사회에서 살아야 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국민들의 전반적인 학력과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인터넷 , 모바일을 통한 여론 형성과 전달이 활성화되어 그 정도가 덜하지만 , 아직도 일부 언론은 정보 통제로 대중의 눈과 귀를 닫으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는다 . 최근 가장 큰 정치 · 외교 이슈인 사드 배치를 두고 유력 정치인과 대중이 찬반으로 나뉘어 다투고 있는 이유는 , 사드 배치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제대로 공유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실제로 사드 배치가 국가의 안보에 매우 필요하고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는 데 가장 완벽한 무기라면 그 누가 반대하겠는가 . 하지만 사드 배치의 실효성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사드 배치를 반대하면 ‘ 한미동맹을 거부하는 것인가 ’ 라는 비난에 직면하고 , 사드 배치에 찬성하면 ‘ 중국의 압박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 라는 또 다른 비난을 마주하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된다 . 그러니 정치인 역시사드 배치 앞에서 확실한 태도를 보이지 못하고 여론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것이다 . 이처럼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중심리나 여론을 통해 도출된 주장은 객관적이라기보다 감정적 접근 또는 부정확한 판단일 가능성이 크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를 외치며 도심으로 쏟아져 나온 수많은 태극기 집회자의 주장을 떠올려보자 . “ 박근혜는 그럴 사람이 아니다 ”, “ 박근혜는 불쌍한 사람이다 ” 이런 식의 비논리적 내용이 주를 이룬다 . 이런 주장으로 다른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 만약 부정확한 정보 , 정보량이 부족하여 비논리적인 주장을 이어가는 상대와 협상해야 한다면 , 객관적 논거와 자료를 내밀어 확실한 협상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선택이다 . 한 마디로 , 팩트폭격이 답이다 . 길거리 싸움은 목소리 큰 놈이 이길지 몰라도 , 협상 테이블 위 싸움은 준비한 게 많은 쪽이 이기는 법이다 .
둘째 , 상대에게 배후 세력이 있을 경우 미국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 2005년 , 미국 의회는 개발도상국에서 싼값에 농산물을 구매해 가난한 국가에 식량을 원조하는 법안을 통과해 많은 정치인과 사회공헌 단체로부터 높은 지지와 환영을 받았다 .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여줄 좋은 정책이었고 , 그 의도도 공익적이기에 모두가 찬성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찰나 , 뜻하지 않은 반전이 일어났다 . 미국이 빈곤 국가에 식량을 원조해야 한다고 평소 줄기차게 적극 주장해온 한 시민 단체가 돌연 태도를 바꾸어 이 식량 원조 법안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 의회와 대중 모두 어리둥절한 것은 당연지사 . 이 시민 단체는 대체 왜 하루아침에 돌변했을까 ? 생각보다 이유는 간단했다 . 해당 시민 단체를 지지하는 주요 구성원이 미국의 농민이었기 때문이다 .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개발도상국의 식량을 구매하면 역설적으로 미국 농민은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 . 그래서 평소 공익적 이유를 들며 자신들 스스로 그렇게 찬성하던 해외 식량 원조 법안에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태세 전환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 이처럼 상대가 사안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고 있음에도 딴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 정보가 부족한 상대는 근거를 제시해 설명해가며 설득할 수 있지만 , 상황을 다 알면서도 딴소리를 하는 상대는 정말 다루기 힘들다 . 협상학에서는 보통 이럴 때 상대를 조종하는 숨은 배후가 존재한다고 말한다 .
이처럼 협상 상대의 뒤에 배후 세력이 있고 , 그에 따라 상대가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 이럴 땐 협상 상대와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배후 세력이 누구인지 찾아내 그들을 직접 설득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 결혼을 약속한 사랑하는 여자 친구가 갑자기 없던 일로 하자고 말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 아마 높은 확률로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혔을 가능성이 크다 . 이런 상황에 여자 친구만 백날 붙들고 있어봐야 해결이 되겠는가 . 차라리 배후 세력 (?) 인 예비 장인 · 장모님을 찾아가 설득하는 게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
셋째 , 상대에게 숨은 의도가 있을 경우 대한민국에 사드 배치가 결정되면서 한 · 미 · 일 3개국의 안보 협력과 동맹은 매우 빠른 속도로 강화되는 반면 한 · 중 관계는 점점 더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 사드 배치 찬성을 주장하는 국내 여론 중 일부가 내정 간섭을 언급하며 중국을 비난하는 것은 이미 중국 역시 초대형 레이더로 한국과 일본은 물론 미국 알래스카까지 조사할 수 있는 방어 체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특히 최근 중국은 네이멍구 산악 지역에 탐지 거리 3,000km를 자랑하는 ‘ 초지평선 레이더 ’ 를 설치하여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촘촘하게 감시할 수 있는 레이더 시스템을 보유하게 되었다 . 이처럼 중국은 예산을 늘려가며 전 세계를 감시 ·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를 배치하면서도 우리나라의 사드 배치에는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 전형적인 ‘ 내로남불 ( 내가 하면 로맨스 , 남이 하면 불륜 )’ 스토리다 .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미국과 논의를 이어가지 않고 일방적으로 대한민국에 경제 · 무역 압박을 감행하는 것은 이번 이슈를 시작으로 한국을 한 · 미 · 일 동맹에서 떼어놓으려는 그들의 숨은 의도 ( 협상학에서는 이를 ‘ Interest ’ 라고 한다 ) 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 미국과 중국 두 국가 모두 동북아 패권 국가로서 확고한 위상을 세우는 것을 주요한 안보 전략으로 삼고 있다 .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과 일본을 잇는 한 · 미 · 일 동맹을 구축하고 , 중국은 러시아 · 북한과의 혈맹을 통해 미국에 대응하는 전략적 스탠스를 취한다 . 중국이 사드 배치와 관련해 미국 트럼프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지 않고 우리나라에 유독 강경 자세를 취하는 이유는 한 · 미 · 일 동맹에서 우리나라를 가장 약한 연결고리로 보고 있어서다 . 이에 따라 중국은 사드 배치를 핑계로 경제적 공세는 물론 사회 · 문화적 차원의 제재까지 서슴지 않으며 연일 그 통제 범위를 확대해 우리 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다 . 한 · 미 · 일 동맹을 끊고 대한민국을 자국 편으로 돌려 동북아 패권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교두보를 차지하겠다는 중국의 숨은 의도가 보이는 대목이다 . 우리에게 반격의 기회가 없는 것은 아니다 . 이미 중국 내부에서도 ‘ 한국에 극단적 압박을 가할 경우 한국이 완전히 등을 돌려 중국의 동북아 위상이 위험해질 수 있다 ’ 는 경고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 게다가 중국은 자국의 제조업 제품 개발 및 생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한국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 중국이 막무가내식 협상을 계속해서 밀고 나갈 수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5월 , 새로이 국민의 선택을 받을 대한민국 19대 대통령에게 주어질 최대 난제는 바로 중국과의 외교 관계가 될 것이다 . 하지만 사드 배치 문제 너머에 존재하는 중국의 숨은 의도를 역이용한다면 이 어려운 국면을 유리한 양상으로 뒤집을 것이라고 믿는다 . 부디 신임 대통령은 협상의 묘미를 잘 살려 국익에 보탬이 되는 좋은 결정을 내려주시기를 바라며 , 글을 맺는다 . ( 청와대에도 맥심 정기 구독자 있는 거 다 안다 . 우리의 이런 바람을 꼭 전하라 이 말이다 .)
May 2017 maxim 1 0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