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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한복판에서 암살 당한 김정남. 김정남 암살범 도안 티 흐엉.
김정남 암살에 쓰인 VX 가스.
마주친 인사불성 취객과 시비가 붙어 살해당했다면 그냥 우발적 살인이지 암살로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암살은 상대가 방심한 틈을 타 갑자기 아주 빠른 시간 내에 결판이 나는 전투다. 그리고 암살의 성공은 역사를 바꾸는 결정적인 사건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번 달에서는 암살의 방법을 중심으로 나누어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암살의 사례를 찾아보았다.
푸틴과 이스라엘이 사용한 암살무기 폴로늄 210.
영화에서 많이 봤지? 독극물 암살
가장 먼저 살펴볼 사건은 최근 아시아 전역을 떠들썩하게 만든‘ 오덕 왕자’ 김정남 암살 사건이다. 밸런타인데이 하루 전인 2월 13일 아침, 수많은 사람이 오가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 한복판에서 벌어진 이 사건은 김정남이라는 인물의 특수성 그리고 암살 방법의 황당함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오일 바른 손을 얼굴에 문지르니 사람이 죽었다! 10초가 채 걸리지 않은 단 한 번의 행위로 김정남은 불과 두 시간 남짓한 사이 절명하고 말았다. 더 황당한 것은 암살자들의 신분과 체포 과정이다. 김정남에게 액체를 묻힌 두 명의 여성 범인은 신분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북한이 보낸 최정예 여성 암살자 정도로 예측되었지만, 이들은 너무 쉽고 어이없게 붙잡혔다. 심지어 북한 사람도 아니었다. 범인들의 정체는 인도네시아 출신의 싱글맘 시티 아이샤( Siti Aisyah) 와 베트남 출신 연예인 지망생 도안 티 흐엉( Doan Thi Huong). 그녀들은 범죄 경력이 없던 것은 물론이고 암살을 위한 어떠한 특수 훈련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들은 체포 직후 이 작업을 제안한 사람에게 속았다고 주장했다. 작업을 시킨 북한인을 방송 제작자로 알고 있었으며, 김정남의 입을 틀어막는 행위는 그저 리얼리티 TV쇼의 몰래카메라 정도로 알고 있었다고 증언한 것이다. 하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의 조사 결과 두 여성은 사건 발생 전 미리 호텔방에서 머리를 단발로 자르며 변장을 시도했고, 사건 직후 서로 다른 방향으로 도주하는 등 계획적 범행으로 추정되는 행동을 보인 점에서 사전에 암살 계획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김정남을 순식간에 죽음으로 몰아간 정체불명의 액체는 과연 무엇일까? 말레이시아 경찰은 이 액체가 VX라고 발표했다. VX는 1952 년 영국에서 살충제를 연구하다가 발견한 치명적인 신경독인데, 화학 무기 중에서도 가장 유명하다. 숀 코너리와 니컬러스 케이지가 출연한 영화 < 더락 > 에 등장하는 초록색 화학 무기가 바로 VX다. 김정남 암살 이전에 VX로 사람을 죽인 적이
있는 일본의 테러범 나카가와 도모마사 * 는 VX가 지닌 두 가지 특징 때문에 다른 화학 무기에 비해 다루기가 쉬워 사용했을 것이라 추측했다. 첫 번째 이유는 VX가‘ 이원화 작용제’ 라는 점이다. 이원화 작용제는 평소엔 안전하지만 다른 물질과 섞이면 독성을 발휘하는 화학 무기를 뜻한다. 김정남 암살에 두 사람이 필요했던 이유는 바로 VX 합성을 위한 두 물질을 서로 결합하기 위해서였다. 두 번째는 VX가 액체 물질이라는 점이다. VX는 기름이나 로션에 가까운 형태의 점성이 있는 액체로, 쉽게 기화( 氣化) 되지 않아 사용자의 신체에 흡입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VX보다 더욱 치명적인 위력을 지닌 화학 무기로는 러시아에서 배신자 암살용으로 사용한‘ 폴로늄 210’ 이 있다. 폴로늄은 강력한 알파선과 유독성을 지닌 방사능 물질로, 물질 연구에 쓰이는 입자 가속기를 사용해야 획득할 수 있는 희귀한 물질이다. 원소 중에서 1 · 2위를 다툴 정도로 독성이 강한데, 흔히 독약의 대명사로 불리는 청산가리보다 최소 25만 배 ~ 최대 1조 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녔다. 1조 분의 1g만 몸에 들어와도 목숨이 오락가락한다니 얼마나 무시무시한 물질인지 알 만하다.
2006년 11월, 영국으로 망명해서 반( 反) 정부 활동을 하다 숨진 전직 러시아 비밀경찰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의 몸속에서 이 폴로늄 210이 검출되었는데, 검출 사실만 밝혀졌을 뿐 그가 어떤 방식으로 이 물질을 흡입했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다만 이 물질이 1년에 전 세계에서 100g 남짓 생산되는 매우 희귀한 물질이라는 점, 돈도 돈이지만 엄청난 권력이 없으면 구할 수 없다는 점, 걸릴 게 분명한 암살 방식 임에도 굳이 실행했다는 점을 종합했을 때 러시아의‘ 차르’ 블라디미르 푸틴이 암살 작전을 지시했을 것이 확실시된다. 하긴 그 양반 아니라면 누가 이런 짓을 했겠어. 일단 북조선 그 양반은 돈이 없어서 못...
* 나카가와 도모마사( 中川智正): 1995 년 일본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옴진리교 도쿄 지하철역 사린 가스 살포 사건’ 의 주범 중 한 명. 옴진리교는 스파이로 의심받는 신도를 살해하거나 반대 세력 인물을 공격하는 데 VX 를 사용했다.
April 2017 maxim 7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