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WEEN THE LINES ISSUE 10 'YOU' | Page 65

X는 메세지를 쳐다 본다. 다큐. 무슨 다큐? 아니, 애초에 이 사람이 영상 을 만들고 있었던가. 자료는 또 뭐지. 그 말에 그녀는 혼란 반 두려움 반으로 컴퓨 터에 유에스비를 연결한다. 16기가바이트 중 365메가바이트 남음. 빨간 줄. 빽빽 하게 찬 폴더 사이로 ‘영상’, 이라는 폴더가 있다. 그녀는 그 폴 더를 무시한 채 검색한다. 다큐. 나왔다. 그녀는 작게 속삭였다. 다 큐 – 할 말. 제목을 작은 소리로 불러본다. 할 말. 이 사람이 할 말이 있을까. 동영상. 그녀는 책상에서 헤드폰을 꺼내어 컴퓨터에 연결한다. 치직. 칙. 딸칵. 안녕하세요. 흔들거리는 화면에서는 그 인간…아니, 오빠의 육성과 그녀, 그리고 그의 학교의 전경이 보인다. 주춤거리는 화면. 딱, 그의 걸음걸이가 맞다. 안녕하세요. 저는 A고등 학교에 다니는 2학년 Y입니다… 제가 글솜씨가 없어서 이렇게 하는 거예요. 집에서완 다르게 당 당하고 조리있는 말솜씨. 그녀는 착잡한 마음에 세수를 하듯, 손으로 얼굴을 비빈다. 그 이후로는 아 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그냥 복도에서 들리는, 뚜벅- 뚜벅- 울리는 발소리만이 정적을 깬다. 그러 더니 열리는 옥상. 옥상이 열리자 환한 달빛과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빛과 네온사인이 화면을 채운다. 그러고는, 준비해 온 삼각대를 펼치는 그. 설치하는 동안 카메라가 흔들린다. 그러고는 다시 정적. 그는 카메라 앞에 선다. 온화한 미소. 그는 활짝, 슬프게도 활짝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주절주 절… X는 고요히 듣는다. 그러더니, 있잖아, 나는 나약했어, 그치? 라며, 말투가 바뀐다. 나는 나 와 달리 당당한 네가 자랑스러웠어. 똑똑한 네가 부러웠고 가능성이 있는 네가 정말로 부러웠어. 넌 나와 달랐구, 너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했어. 나도 너를 이해하지 못했던 건 당연한 것이었 는지도 몰라. X는 그 말들을 고요히 듣는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고립됐던 것 같아. …모르겠다. 하더니 그는 갑자기 가방에서 어떤 노트를 펼 친다. 펄럭. 펄럭. 그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그러더니 이내 웃고는, 노트를 덮고 다시 가방에 넣는 다. 그는 말한다. 나, 다 알고 있어. 그니까, 미안해. 미안해. 그래서, 이거, 이 영상, 필름, 내 흔적 들이, 다, 남아있는 네게 가지 않기를 빌게. 미안해. 이 말을 끝으로 화면 가득히 그의 손이 채워지 더니 영상이 끝났다. X는 영상의 날짜를 확인한다. 사망 이틀 전. 계획된 일이었다. 그는 이 모든 걸 철저히 숨겨왔다. 그녀는 컴퓨터에서 유에스비를 뽑고는 책상에 툭, 던진다. 바보같은 사람. 너 같은 놈이 뭔데 나를 걱정해. 네가 뭔데 너 혼자서만 힘들어했어. 왜 나한테는 얘기하지 않았어. 나도 알고 싶었어. 나 도 네가 왜 죽었는지 알고 싶었어. 네가 그렇게 숨기기만 하니까 너를 싫어하려 했고 너를 싫어했 잖아. 근데 너는 왜 나를 걱정해. 왜 나에게 미안해 하는 거야. 그러지 마. 미련한 사람. 시계가 오전 1시 24분 17초를 가리킨다. 그녀는 그제서야 오빠에게 애도의 마음을 표한다. 그녀는 내던져진 유에스비를 붙잡고 흐느낀다. 그녀는 미안해, 내가 미안해, 를 읊조리며 유에스비를 어루 만진다. 그녀의 눈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