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
름
필
차예
X는 장례식장에
있다. 그녀의 오빠, 정
확히는 오빠’였던’ 남자는 국
화꽃에 둘러쌓인 채 싸늘한 목재 프
레임 속에 갇혀 웃고 있다. 웃고 있는건지
도 잘 분간이 안 가는 슬픈 미소. 그런 그의 얼굴
앞으로 향의 연기가 이리저리 흔들린다. X의 눈이 피
곤하다.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는 것 같아 보이는 퀭, 한 눈
빛. 그녀는 그녀의 오빠를 싫어했다.
두 살 차이지만 생일이 빨라 일찍 입학한 그녀는 지역 명문인 오빠가
다니는 사립 고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그녀는 이것으로 12년 째-구나, 라
고 생각했다. 그 생각에 그녀는 고개를 푸욱 숙였다. 누군가가 그녀를 흔든다. 얘, 일
어나야지. 어머니의 목소리다. 그녀는 고개를 처들고 그녀의 어머니를 본다. 생기 없는 퀭
한 눈 속에는 눈물조차 말랐다. 얘, 정신차려. 그녀는 다음 말을 예상해본다. 공부해. 일어나. 등등.
“학교 가려면 오늘부터 공부해야지.”
그녀는 눈을 추켜뜬다. 장례식장 시계가 오후 11시 45분 26초를 가리킨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기
숙사…라고 읊조린다. 어머니는 그런 그녀를 억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