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아는 것은 하나 있다. 그들과의 관계는 나를 성장시켜주었다는 사
실이다. 그 사람들을 만나며 즐겁고 슬프고 화났던 일들은 내 안에 흔적을
남겼다. 그 아이와 수년을 같이 지내면서 같이 놀며 싸우며 행복했던 그 때
는 추억으로 남아 그 때를 회상하면 행복을 다시 느끼게 된다. 물론 싸웠을
때와 부끄러운 일이 있었을 때를 생각하면 후회가 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
다. 그래도 그 슬픔은 나를 다시 성장시켜준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그랬는가를 생각하며 나의 부족한 점을 깨닫고 그것을 고치게 되었다. 사
람과 만나면 그 사람마다 내 가슴 속에 그들의 흔적을 남긴다. 그 흔적은 은
은한 향기일 수도 찢겨나간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찢겨나간 상처들
도 나의 텅 빈 가슴 속을 채워주었다. 그 관계가 설령 영원한 것이 아니더
라도 그 흔적들은 계속 내 마음 속을 채워주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
를 성장시켜준다.
이제 나는 수많은 흔적들로 가슴을 채웠고 또 수많은 흔적들로 내 안을
채울 것이다. 그것이 쓰라린 상처일지라도 그 흔적들을 계속 내 안에서 나
와 함께 있어줄 것이다. 이제 나는 소년을 막 지나고 있다. 아직 내가 살아
온 인생은 짧다. 앞으로 만날 사람들과 운명은 어쩌면 지금보다 많고 복잡
하고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감사하게 여겨야할 것이다. 물론 가끔은 원망
할 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전부 다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을 것이다. 허나
지나고 보면 모든 것은 추억이 될 것이다. 행복도 불행도 전부 추억이 되어
서 나와 함께 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추억들은 내가 언젠가 다시 땅으로 돌
아갈 때 내가 세상에 살았다는 증거가 되어줄 것이다.
두렵고 무섭지만 그래도 먼 훗날 웃고 있을 나를 생각하며 해쳐나가야 한
다. 먼 훗날 하늘로 돌아가 땅에 있었던 일들을 생각하며 행복하게 지내기
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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