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촌닭 같은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 [박영보 수필 1집] | Page 86

상 전(上典)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반 에이커가 넘는 뒷마당에는 거대한 아보카도 나무, 감나무, 자두나무도 있고 대추나 사과나무도 있으며 무성한 등나무 넝쿨과 울창한 유도화 나무로 가득하다. 정녕 사람들의 기웃거림이나 손 타는 것이 싫다면 자기 몸 하나쯤은 충분히 감출 수 있고 둥지를 틀어 알을 낳아 품기에 안성맞춤인 곳을 얼마든지 찾을 수도 있다. 그런데도 하필이면 하루에도 수없이 드나들어야 하는 미닫이 문설주 바로 옆자리에 집터를 잡을게 뭔지 모를 일이다. 또 이왕에 자리를 잡았으면 진득하게 앉아 있을 것이지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여닫는 문소리에 화들짝 놀라 푸드덕 날아갔다가는 되돌아오기를 반복하고 있으니 보기에도 딱하고 답답하다. 내가 올 들어 그 새가 마른 풀잎으로 둥지를 틀기 시작한 이래 그것을 걷어치운 것만도 벌써 서너 차례에 이른다. 멕시코 여행 중에 호텔 정원에 핀 제라늄 꽃의 색깔이 하도 아름다워 줄기 몇 가지를 얻어다가 뿌리를 내서 직사각형의 크고 긴 플라스틱 화분에 심어놓았다. 이 화분은 패티오 룸(Patio Room)의 미닫이 문설주 바로 옆쪽 창문턱에 놔두었다. 수시로 물을 주었더니 무성하게 자라 꽃도 피었다. 그런데 밖에 나가기 위해 이 미닫이문을 열 때마다 푸드덕 두 마리의 새가 날아가는 것이다. 비둘기 과에 속해있는 야생 도브(Dove)새였는데 꽃씨를 따먹기 위해 왔다가 놀라서 날아가는 것이려니 생각했었다. 어느 날, 화분에 물을 주다가 화분 한쪽 구석에 마른 풀잎들이 소복하게 쌓여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이것이 뭔가 바람에 날려 와 쌓인 것이려니 생각하며 걷어치우기를 반복했었다. 쌓인 풀잎들이 둥지처럼 생겼다는 것도 처음에는 몰랐었다. 별다른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나갈 때마다 똑같은 새가 같은 장소에서 날아가는 것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이상하게 생각되었다. 나중에 화분 안쪽을 유심히 들여다보고서야 새가 둥지를 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둥지는 채 완성이 되기도 전에 나에 의해 서너 차례나 철거를 당한 셈이다. 그들은 내가 얼마나 못되고 야멸스럽다고 생각하며 원망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이들을 돕고 보호를 해주고 싶었다. 보다 조용하고 안전하며 마음 놓고 둥지를 완성시켜 알을 낳아 품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본의는 아니었지만 나로 인하여 겪어야 했던 그들의 고통에 대한 사죄의 뜻이기도 했다. 되도록 사람의 발길로부터 먼 한적한 곳으로 그 화분을 옮겨 놓았다. 그런데 나의 이러한 선심이 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주게 된 것이었을까. 그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이러한 나의